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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리의 Brunch ]/새아리의 호주 생활 일기장

#8 워홀 온 한국인이 한식당에서 일하게 된다면

by 새아리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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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블로그를 운영할 수 없게 되었던 이유 중 가장 컸던, 거진 2년 여를 몸담아 일 했던 한식당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왜 많은 사람들이 한식당에서 일하지 말라 하는지 하나 하나 낱낱히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처음 일하게 된 계기는 워홀 1년차때, 돈을 바짝 벌어야 하는데 카페에서 일을 하면 저녁에 시간이 비어서 저녁타임 일을 알아보다 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하게 된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일하는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간다면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택했을 것 같다.

이유는 우선 영어에 자신이 없는 초창기 워홀러로 경력을 쌓을 곳이 필요했고, 지역 특성상 일할 곳이 그리 많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뚜벅이인 나에게 이동의 제약이 있다는 것은 호주에 살면서 굉장히 큰 단점으로, 구직을 할 때에도 큰 제약으로 다가왔다. 집 근처에 있던 한식당은 여기 하나였고 뭐 그때는 시프트 많이 받는 거 하나로 죽어라고 일하던 때라 물 불 가릴 겨를 같은건 없었다. 그래도 여러분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고 오지잡을 구하기 두려워 한식당에 이력서를 넣으려고 한다면, 뭐 선택은 당신의 몫이지만 경험자 입장에서는 최대한 피해보라고 하고 싶다.

 내가 경험해 본 한인 잡은 한식당 뿐이기에 한식당이라 편하게 썼지만 모든 한인이 사장인 비즈니스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말 의외로 잘 챙겨주는 사장님도 있다(하지만 이게 사장 본인 생각이라면 직원 생각과는 다를 수 있음). 본인은 이런 악덕 업주가 아닌데 한인 사장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누명을 쓰는 것이 억울하다면 억울해 하지말고 같은 한인 점주들이 올바른 고용문화를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선도하는데 일조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도 이런 포스팅이 5년 10년 후에도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것은 싫으니까. 이제부터 하나하나 우리가 왜 한식당을 피해야 하는지 낱낱히 열거해 보겠다.

1. 페이와 복지에 관련한 문제(<<<----심각)

한식당에서 일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유이다. 2019년 처음 왔을 때 나는 캐시로 16불을 받았었고 (심지어 2주 트레이닝 기간이라는 명목 하에 12불을 준다고 하였다), 2020년에는 다행히 어카운트로 법정시급을 받을 수있었다. 이마저도 제대로된 고용계약을 한 것이 아니라 주말시급 같은 것은 '당연히' 없었고, 수퍼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으며, 이 부분은 내가 매니저로 일할 때에도 직원들에게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일을 잘 하는 직원들도 일을 못하는 직원들도 똑같은 페이를 받으니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좋은 직원을 뽑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같은 느낌이었지. 다행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국경이 이 년 가까이 봉쇄가 되면서 노동인력의 유입이 막혔고, 외식 수요자는 꾸준히 있으니 점주의 입장에서는 비싼 시급을 주고서라도(사실 이게 정당한 시급) 고용을 할 수 밖에 없어 이 부분에서 조금이나마 상황이 완화되었던 것 같다.

2. 밤 늦게 끝난다,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가게마다 상이)

이건 가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술을 파는 매장이라면 손님이 얼마나 앉아있느냐에 따라 마감 시프트가 달라진다. 이게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여 나중에는 키친 클로즈 시간과 매장 마감 시간을 확실하게 정해두었는데, 내가 있던 곳은 노래방까지 있던 곳이라 가끔 밤늦게 사람들이 노래방에 오면 열두시까지는 매장에 앉아 있어야 했다. 이것은 보통 사장이 마감을 도맡아 하는 것으로 해결이 되는데, 내가 매니저로 일 한 이후에는 마감을 거의 내가 도맡아 하다 시피 했다.  카페로 이직 후 가장 큰 좋은 점이 내 생활과 라이프를 현재는 철저하게 지킬 수 있다는 점이다. 

3. 손님의 질이 아주 아주 낮은 편이다. 온갖 일을 다 겪어본다

나는 한식당에서 만난 손님을 지금 밖에서 만나면 나에게 잘 해줬던 사람들 빼고는 정말 거들떠도 안본다. 특히 40-60대의 아저씨들. 오래 전에 이민을 왔으나 호주 내 한국 사회에 오래 길들여져 그 때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매너 또한 없다. 우선적으로 20대 여성인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참 권위적이고 비상식적이었다. 나는 20대 여성으로 취급 받고 싶은것이 아니라 그냥 서빙하는 직원으로 인식되었으면 했는데, 그들은 내가 친절하면 친절 할 수록 역겨워졌다. 하면 안되는 말을 서슴없이 했으며 딸뻘인 나에게 참으로 많은 어필을 했다. 그런 그들이 술을 마시면? 더욱 더 못 볼 꼴을 많이 보게 된다. 내가 조금만 어렸으면 너랑 어쩔 수 있겠거니 저쩌겠느니 귀를 차라리 잘라버리고 싶다. ㅅ ㅣ 발.

한 가지 단편적인 예로 내가 노래방에 서빙을 간 적이 있다. 꽤나 익숙한 단골 손님들이었는데 그 중 한 아저씨가 나에게 '정말 이런 말을 해서 죄송한데 부탁이 있다' 며 자기와 함꼐 온 그룹 중 한 사람이 나에게 관심이 있는데 그 친구와 한 번 술을 마셔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심지어 그 사람이 그 방 안에 있는 상황이었다. 어둡고 밀폐된 공간 안에서의 저런 부탁은 나에게 정말 큰 압박으로 다가왔고 진절 머리가 났다. 남자친구가 있다고 죄송하다며 에둘러 거절을 했지만 거절하는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거짓말로 웃으면서 비위를 맞춰주고 있는 내 자신이 참 싫었던 기억이 난다. 혹자는 그렇게 모두에게 친절하게 행동한 너의 잘못이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일하면서 모두에게 친절해야 할 사람이다. 누가 싫은 소리를 해도 참고 넘어가야 하는 입장이다. 사람에게는 지켜야 할 선이라는게 있는 법. 항상 웃고 있다고 아무말이나 지껄일수 있는게 아닌데 말이지. 

4.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사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이득을 본 케이스다. 코로나로 한국인 워홀러들의 유입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외국인 직원들을 영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과 영어로 대화할 일이 많았고, 1년 동안 스피킹이 정말 많이 늘었다 (정제되지 않은 엉터리 영어로 이야기 하면서도 외국인 직원이 인정할 정도로 1년동안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미친듯이 상승했다.) 얘네들이랑 같이 술먹고 놀면서 호주 현지아이들의 문화는 이렇구나, 얘네는 이런 부분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구나 등 많은 문화적인 교류도 가능했고, 이 덕분에 지금의 남자친구(호주에서 태어남)를 만나는데에도 어려움이 덜했던 듯 싶다.

그러나 이건 코로나로 인한 특이 케이스였고,

보통의 한식당에서는 (그리고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워홀러들의 유입이 활발하고,일 손이 부족하지 않다는 가정하에) 한식당에서는 보통 한국인 직원을 어느 인종의 직원보다 선호한다. 이건 내가 일해본 결과 한국인 만큼 시간 대비 일의 퀄리티를 이만큼 뽑아내는 인종이 없기 때문에 한국인을 선호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딱히 비난하고 싶은 부분이 없다. 그 좋은 노동력을 착취해 단가를 싸게 후려치려는게 잘못된거지. 일을 잘 하는 한국인 일수록 외국인들과 일하는 게 조금 힘들다. 답답해서 디져버리기 일보직전이었던 때가 부지기수. 이런 환경에서는 당연히 현지 친구들을 만들 수 없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수 밖에 없다. 한 발 양보해 중국인 친구들과 일한다고 해도 영어를 미친듯이 잘하는 중국인은 많이 없기 때문에 호주인들과 일하는 것에 비해 리스닝이나 스피킹이 느는 정도와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더라. 경험 상 일 잘 하는 중국인과 일했던 6개월 < 일 못하는 호주인과 일했던 3개월이 훨씬 영어가 많이 늘었다. 그래서 속이 타들어가도 다 나를 위한 것이겠거니 하면서 꾹꾹 참음. 그러니 어디를 가도 한국인 직원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해라. 이왕 돈만 바짝 벌고 갈꺼라면, 호주에서 몇 년 살면서 영어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하는 건 너무 구리게만 느껴진다.

너무 단점만 말한 것 같아서 미안한데 장점 하나 있음 : 밥이 한식

아무튼 사람들이 다들 한식당가지마세요 한인잡하지마세요 하는데에는 사실 다 이유가 있는거다.

이러한 이유들을 숱하게 듣고 상황이 어떤지 알면서도 처음 호주를 온 사람의 입장으로써 선택의 폭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좁다는 것도 잘 안다. 본인이 호주에 왜 머물려고 하는지, 얼마나 머물 것인지, 나의 목표가 돈인지 영어인지 경험인지 확실히 한 후에 구직을 하길 바란다. 호주에 오래 머물 생각이 있으면 한인잡에서 경력을 쌓고 오지잡을 구하는 것도 나름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물론 한인잡에 한 번 발을 들이면 이직하기가 힘들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본인만을 위한 선택을 현명하게 했으면 좋겠다. 조금 있으면 국경 봉쇄도 풀리고 워홀 신청도 최소 1년 안에는 가능해 질 것 같은데 호주에 머무는 시간을 여러분 인생에서 가치있었던 시간으로 만들고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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