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생활 3년이면 나도 요리왕 -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식 추천
워홀 하면서 나는 요리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잦은 이사에 (2년동안 약 10회....) 나의 안정된 주거지가 없었기도 했고, 처음 왔을 때는 사촌언니랑 살면서 언니가 음식을 다 해줬다. 그나마 농장 갔을 때 동생이랑 음식을 자주 해먹었었는데 수입이 많지 않았고 주방도 너무 허접해서 제대로된 음식 해먹기는 조금 힘들었다. 한식당에서 어쩌다 친구를 도와 하게 된 키친핸드 잡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가 처음으로 커머셜 요리를 해보면서 내가 참 요리와 맞지 않는구나, 가정용 요리와 상업용 요리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학교를 가도 요리학교는 절대 가지말아야지 하고 다짐함.
그러다 지난번에 언급했던 것처럼 한식당을 그만두면서 더이상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었고, 내가 직접 만들어먹거나 사먹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먹을 수 있었는데 다들 알다시피 호주는 외식이 상대적으로 비싸기에 매번 20불 어치의 (맛도 없는) 정식을 사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식당 그만둔지 2주 차 정도 되어가던 때에 한식 craving이 미친듯이 찾아와 이대로 버틸수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엽떡 착한맛만 먹는 맵찔이에게 고춧가루, 빨간 음식이 필요하다는 비상등이 켜졌다. 한인마트에 매일 발도장을 찍으며 내집처럼 드나들었고 직접 요리를 해먹기 시작했다.
사실 난 내 요리실력에 조금 의심이 있었는데 (일하면서 친구에게 욕 많이 먹음) 우연히 나가게 된 커피 모임에서 사람들 이 놀랄 정도로 나의 미각이 보통의 사람들보다 꽤나 예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었다.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는 않았고 누가 요리 할 줄 아냐고 물어보면 그냥 내가 먹을수 있는 요리정도만 한다고 대답하는 편이었는데, 저 김치볶음밥을 남자친구와 남자친구의 친구들이 먹어보더니 극찬을 해주더라. 누가 그렇게 요리로 칭찬해 주는 게 처음이어서 얼떨떨하면서 뭐 맛있게 먹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서 종종 내 음식 만들 때 마다 좀 많이 만들어서 (원래 손이 커서 본인 껏도 4인분 씩 만드는 편이긴 함) 남자친구 주곤 했는데 그래도 혈통이 아시아인이라 그런지 주는 족족 잘 먹더라.
이렇게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가며 건강하게 먹으려고 하다보니 혼자 사는데도 냉장고가 거의 꽉 찼다.
그러다 나처럼 엄청 잘해먹는 친구가 쉐어생으로 들어왔는데, 그 친구랑 거의 냉장고 하나를 다써서 마스터 오빠가 나중에 본인 포함 나머지 세사람 용 엄청 큰 냉장고를 장만했다. 근데 그 냉장고 살 무렵에는 내가 남자 친구 집에 자주가서 집에서 잘 안해먹게 되었었고 2차 락다운 터지면서 바로 집을 옮겼다는....ㅎㅎ..ㅈㅅ
남자친구네 부모님은 캄보디아 출신이신데 아무래도 아시아인이다보니 한식이 생소하긴 하지만 거부감을 느끼시지는 않았다. 특히 남친 아버지가 뭐든 다 잘드시는 초딩입맛이라ㅋ 맨날 집에가면 어머니가 맛있는걸 해주시기만 하니까 나도 대접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두려움을 이겨내고 시도해봤다. 음식으로 누굴 대접해 본게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다들 잘 드셔준 덕분에 이때부터 자신감이 조금씩 붙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제 8월 중순에 락다운을 하면서 나는 남자친구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처음 정부의 발표 대로 1주일 만 할 줄 알았던 락다운은 2주, 2주, 한달을 연속으로 연장하면서 이럴거면 차라리 집을 옮기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와중에 남자친구 부모님이 먼저 말씀을 꺼내셨다. 나도 이 집에서 사는게 너무 좋았고, 남자친구 부모님도 너무 좋아서 조금 고민하다가 집을 옮겨 지금은 남자친구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래서 길고 긴 락다운 동안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나는 음식으로 한을 풀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거의 뭐 맨날 밥을 한것 같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그냥 너무 심심했음. ㅋㅋ 정부에서 지원금도 빵빵하게 주겠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가족들에게 요리 해드리나 싶어서 뭐 미친듯이 장보고 유투브보고 음식함. 도대체 외국인들은 뭘 해줘야 좋아할까 싶어서 열심히 고민해서 메뉴를 선정했다.
혹시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해주고 싶은데 뭘 해야 될지 고민이라면 이제부터 소개하는 메뉴들이 다 인기가 좋았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파티할때나 DIY로 음식을 가져갈 일이 있다면 손님 대접하기 딱 좋은 메뉴들이다.
-본격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식 메뉴-
이 중에는 수육이랑 순두부찌개, 같이 만든 겉절이를 만든 날 가장 인기가 좋았다. 사실 돈까스랑 짜장면은 내가 먹고 싶어서 한거ㅋ 이때부터 몸무게가 조금씩 불기 시작하더라고ㅋ
맨 위 왼쪽부터
치즈 계란말이와 등갈비 김치찜 (별 4.5개)
잡채랑 김밥 (별 5개 - 잡채에 불고기 넣고 참기름 익사시키면 더 좋아함)
치킨에 떡볶이 (별 5개 말모)
쫄면 (별 4개 -바베큐 먹을 때 사이드로 하면 좋은 음식, 단독으로는 비추천)
해물파전에 골뱅이무침 (별 4개, 해물파전은 인기가 좋은 편인데 골뱅이를 생소해 하는 경우가 많음. 한식이 친근한 외국인이라면 추천)
마파두부 (별 4개 다들 거부감 없이 후루룩 잘 먹는 편)
이거 한 날에는 남자친구 조카들이 와서 보고 침흘리는데 한식이 여러모로 사람들에게 어필이 잘 되는구나 싶었음. 두반장이 있어서 중국식으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된장으로 만든 한국식 마파두부도 매력있었다.
김치 볶음밥 : 걍 좋아함 삼겹살 넣으면 그냥 이유없이 좋아함 마요네즈랑 된장 조금 넣으면 엄청 맛있음 만만한게 김볶
간장불고기와 파채 : 백종원꺼 레시피로 파채까지 준비하면 그날 그거 먹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음. 남친이 두 번 만들어 달라고 함
족발과 매운족발 : 플레이팅과 매운족발 맛내기에 있어 조금 스킬이 필요하지만 성공한다면 너무 좋은 술안주! 자신있다면 막국수와 부추 무침까지 한다면 금상첨화!!!!! (난 부추무침 한 4번정도 실패함)
★메뉴 구성이 정말 알차지 않은가★
(뿌듯)
내가 만든 음식 먹고 다들 한식의 매력에 푹 빠져야 내가 여기 살면서 편하게 한식을 만들어 먹을 것 아니요 는 핑계고 원래 내가 먹는걸로는 집에서 학을 뗄 정도로 먹던 인간이라 그렇다. 지금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살을 좀 빼서 사람들이 그렇게 먹었을 거라고 상상을 못하는데 최근 2년간만 해도 살을 9kg 가량 감량한 바 있다...ㅋㅋㅋ
할머니가 어렸을 때 너무 잘 먹여서 그런지 잘 먹는 법 너무 일찍 터득했다. 그래서 이십대 초반을 다 써서 해도 여전히 열심히 진행중이어야만 하는 나의 다이어트^^* (이력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고딩때 빕스가면 여덟접시 기본/ 치킨은 1인 1닭 / 삼겹살은 1kg 쌓아두고 먹기 / 빵킬러 / 밀가루 인간에 아침으로 치킨먹던 인간이다....)
아 외국인들 한국식 만두도 잘 먹는다. 돼지고기랑 새우 넣고 만두를 빚었었는데 호주에는 중국식 만두가 더 흔해서인지 향신료 냄새 나지 않는 한국식 만두를 잘 드셔 주었던 것 같다.
해장으로 김치 넣고 만들면 더 맛있다. 얼려놓고 튀겨도 먹고 쪄서도 먹고 국 끓여서 몇번 먹음
굴림만두로 먹어도 맛있다ㅋㅋㅋㅋㅋ
난 호주와서 사람들이 왜 그냥 우리는 고기 먹는건데 그걸 특별하다는 듯이 Korean BBQ라고 칭할까 이해가 안갔었는데, 서양에는 우리나라처럼 저렇게 양념과 장아찌, 반찬들을 다양하게 준비해서 먹는 문화가 없어서 그런거였다. 얘네야 그냥 고기 굽고 샐러드랑 해서 같이 먹으니까, 손이 가는게 별로 없는데 이렇게 한국식으로 바베큐를 준비해 주면 왠만한 외국인들은 환장하고 먹음....그리고 쌈장 정말 좋아한다. 이건 한식당 일할 때도 리필 주문 많이 받아 본 바있음.
요즘들어 K-문화가 점점 전세계로 스며들고 있는 판국에 특히나 한식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혹시 나처럼 외국에 살고 있다면, 외국인 친구들을 만들 때 가장 좋은 게 이런 문화적 교류라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도 음식은 모두를 어우르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외국인에게 한식을 선보일 기회가 있는 사람이라면 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우리에겐 당연한 음식 문화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색하게 다가올 수 도 있으니 반응을 섬세하게 체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삼계탕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본인 입맛에 맞게 간을 하다보니 국에 간을 거의 안하고 따로 소금을 드렸는데, 내가 만든 음식에 간을 따로 치는게 조금 실례라고 생각하셨는지 내가 따로 말씀드리기 전까지 소금치는 걸 주저하시더라. 뭐 아무튼 서로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음! 최대한 음식에 대해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는게 중요한 것 같다. 젓가락 조차 사용이 힘든 외국인들이 아주 아주 많기 때문이다.
오늘도 긴 포스팅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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