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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리의 Brunch ]/새아리의 호주 생활 일기장

#4 아보카도 공장을 그만두고 다른 팜으로 이직했다 (호스텔 이동)

by 새아리 2019.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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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갑작스럽게, 2주 전 나는 이직을 했다. 이직 하기 3일 전만해도 계획에 없던 일이라 모든 것이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일어났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일을 다 처리하고 다른 호스텔로 옮기게 되었다.

이직을 한 이유는 딱 하나,

시프트가 잘 나오지 않아서.

시프트라는게 돈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우리 같이 세컨비자를 따는 워홀러들 입장에서는 3개월, 혹은 88일을 빨리 채우기 위해 더욱 더 필요하다.

적어도 일주일에 40시간은 일해야 적정 생활이 유지되고 그 주 일주일을 7일로 카운팅 할 수가 있는데, 내가 다니던 아보카도 팜에서는 3월부터가 시즌이 시작이라 비시즌인 지금은 시프트가 불안정하고 적게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하루 전 혹은 며칠 전 저렇게 노티스 보드에 시프트를 적어준다

 

그런데 우리는 캐주얼 워커고, 거기서 full time worker로 일하는 현지인 분들을 도와주는 역할이기 때문에힘든일을 도맡아 할 수 밖에 없었다. 짬밥을 처리하는 포지션이라고 해야하나.ㅋㅋ

아보카도의 씨를 빼내는 작업인 sorting을 주로 했었는데 그 라인에서도 제일  힘을 많이 써야하는 위치에 배정되고 그랬다.ㅋㅋ

그거야 뭐 젊은 우리가 하면 그만인데, 갑작스럽게 데이오프를 받는 경우도 허다했고 하루에 두 시간을 채 못일하고 돌아간 적도 있었다. 주에 보통 700불 대를 벌었었는데 400, 500불을 번 적도 있다.

사실 이 팜이 예전 블루베리 픽킹하는 친구들이 많았을 때는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난 친구들이 많았던 때라 처음 배정되었을 때는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었다.

그런데 인종차별, 언어차별 하는 할매도 있었고, 시프트까지 저렇게 받아버리니 고민이 많이 되긴 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 적응 된거 맘 편히 계속 일하자 하고 생각했었는데 동생이 너무너무 이직을 하고 싶어했을 뿐더러 아끼는 친구가 정말 진심어리게 조언해주는 바람에 예상치 못하게 2주 노티스도 못 지키고 팜을 그만두고 호스텔도 옮기게 되었다.

삭막한 분위기에 우리를 유령취급하는 오지들 사이에서 정말 유일하게 우리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진심으로 잘해 줬던 마고 아줌마.

아줌마한테 그만둔다고 말 한 것도 당일날 말할 수 밖에 없어서 슬펐고 마음이 아팠다.

나는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이렇게 갑작스러운 이직이나 이사를 하게되면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는데 (실제로 그 며칠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아줌마 생각하니 미안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노티스라도 지키고 갔으면 좀 좋았을 텐데, 그러기에는 우리가 시간이 없었다.

또 그 시즘에 호스텔 사장님이 백팩커스 리모델링을 하겠다고, 갑자기 다른 하우스로 이사하라고 통보를 해서

어차피 또 이사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우리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사만 아니었어도 노티스 지켰을 듯.

 

마고 아줌마가 준 선물ㅠㅠㅠㅠ흐규

그래서 아침에 우리 그만둔다고 말하면서 아줌마 앞에서 겁나 울고ㅜㅜㅜ(우는데 슈바가 우연히 봐서 진심으로 괜찮냐고 물어봄ㅋㅋㅋㅋㅋㅋ)

아줌마 주려고 샀던 길리안 초콜렛 사서 드렸었는데 우리 저녁에 찾아온다면서 진짜 호스텔까지 찾아와서 선물 주고 갔다.

아줌마한테 정말 고마웠다고, 당신 아니었으면 우리 여기서 적응하기도 힘들었을 거라고 얘기 하니까 저번에 그만 둔 언니도 그렇게 똑같이 얘기했다고 했다.

아줌마도 이렇게 우리처럼 짧게 일하고 그만두는 애들 많이 보냈을 텐데 매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주고 챙겨주는 거보면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번다버그 떠나기 전에 꼭 아줌마한테 밥 한끼 대접하고 가야지.....

약 한 달 넘게 살던 방

예전에 2층에서 2층침대 쓰면서 불편하게 살다가 1층에 있는 좋은 방에 살 수 있게 되어서 편히 머무르곤 했었는데

이사해야되서 싹 다 치웠다. 정말 깨끗하게 관리하면서 살았었는데 아쉬웠다.

왜냐하면 옮기려고 했던 호스텔이 배드버그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

진짜 그것만 아니면 그럭저럭 살 만한 곳인데 먼저 간 친구들이 이미 배드버그에 물리고 난리가 나서 참담한 마음으로 짐을 쌌었다.

캐리어에서 쓸 옷만 딱 꺼내고 나머지는 밀봉해 버려야지 라는 아주 비장한 마음으로 짐 쌌었다ㅋㅋㅋ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우연찮게도, 운이 참 좋게도 쉐어하우스에 배정을 받았다.

이 쉐어하우스 좋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딱 6명만 함께 살고, 배드버그따위 걱정은 할 필요도 없고, 와이파이가 무제한이다.

(다른 호스텔은 배드버그도 나오고 와이파이도 500mb인가 밖에 안 줌...)

심지어 청소 담당인 언니가 집 곳곳을 아주 깨끗하게 관리한다. 화장실이며 욕실도 모두 깨끗하다. 세탁기도 거의 새 거...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말 운 좋게 이 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1월 정도에는 더 많은 인원이 들어온다던데 어차피 그쯤이면 나도 번다버그를 뜰거라 상관 없다.

평일에 데이오프라도 받으면 집에 혼자 있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 가 없다.

타이밍 좋게 옮기자고 설득해 준 동생에게 너무 고마웠다.

 

함께 사는 사람들도 다 착하고 서로 민폐 끼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라 좋았고, 이층 침대도 엄청 튼튼해서 올라갈 때 흔들리지도 않는다ㅋㅋㅋㅋ

원래 살던 데랑 너무 비교되서 웃겼음

팜은 제일 일이 쉽지만 오래 일하고 짤릴 위험성이 높은ㅋㅋㅋㅋㅋㅋ곳으로 배정을 받았다

미니 토마토를 솔팅하는 일인데 러비쉬(버리는 토마토)를 골라내는 일을 한다

근데 이게 종류도 여러가지고 사람마다 기준이 약간씩 달라서 까다롭다

(사람이 같아도 그때그때 기준이 달라짐 슈바새끼 계속 말 바꾸고 쥐랄이야)

처음에는 러비쉬가 잘 안보여서 힘들었는데 이제는 러비쉬를 '잘' 골라내야 해서 힘들다

맨날 슈바가 우리가 골라낸 러비쉬 감시하고 뭐라고 한다

뭐 그래도 전에 일하던 아보카도 공장에 비하면 일 강도는 십분의 일 수준이라 몸이 힘들지는 않지만

슈바가 싸이코라는 소리가 있고ㅋㅋㅋ 정말 해고된 비율이 높은 팜이라 긴장 바짝 차리고 일하고 있다

언제 욕먹을 지 몰라서 무섭긴 하다. 그래도 이제 좀 적응돼서 손이 빨라지긴 했다

열 한 시간 일하고 지침

확실히 옮기길 잘 한게 저번 주만 해도 주 오십시간을 훨씬 넘게 일했다. 삼일에 한 번 쉬긴 하는데 2주 페이이고, 농장에서는 못 벌 줄 알았던 주 천 불을 이리도 쉽게 벌어버리니 왜 진작 여기로 안왔을까 싶더라.

내가 있는 호스텔이 좋은게 아울리 잡만 컨택하고, 잘리더라도 컨택 되어있는 팜이 많아서 다른 팜에 갈 수 있다. 아울리 잡이다 보니 사람들이 한 번씩은 다 잘려보는 것 같은데ㅋㅋㅋㅋㅋ

그래도 다른 팜에 갈 수 있다는 안정성이 좋은 것 같다. 거의 모든 팜이 주 40시간은 거뜬히 넘기는 시프트를 주니 다들 부족하지 않게 생활하고 써드비자도 따는 사람들도 꽤 많다.

세컨 비자 딸 생각 있는 사람들은 꼭 정말 능력제 농장이 아니라이렇게 아울리 잡인 쉐드장이나 공장을 꼭 가길 바란다.

능력제 농장은 시즌도 매년 달라져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나도 2주동안 블루베리 픽킹을 했었는데 보통은 1~2월에 끝나는 시즌이 이번에는 11월 중순에 끝이 났다.

이건 모두가 예상할 수 없는 일이이었고 호스텔 사장들도 알 수 없다. 전 적으로 운이다.

 

요건 내 계획.

이미 50일 정도를 채웠고, 지금 일하는 팜에서 잘리지 않고 풀로 6주 정도를 일하면 주 7일 카운팅이 충분히 가능하니 90일 정도를 채울 수 있게된다.

그래서 1월 넷째 주 쯤에 나갈 계획이다. 이제 한 달 정도만 버티면 되는데 그때까지 아무런 탈 없이 건강하게 일하다가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1월부터는 동생과 갈 골드코스트, 멜버른 여행을 계획할 거다. 그리고 캔버라에 얼른 다시 정착하러 가야지.

세컨비자 다 채우면 뭔가 후련하고 그동안 힘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할 것 같다.

시티생활이 머지 않았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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