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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리의 Brunch ]/새아리의 호주 생활 일기장

#25 나 호주살이 6년차, 이제 단점을 말해보지 - 호주 생활 불편한 점 5가지

by 새아리 2024.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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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에서 이제 호주의 장점을 많이 읊었으니, 단점도 이야기해 볼 차례다. 내가 너무 우리나라만 깠다고 생각하지 말길^_^ 

 

#24 내가 호주에서 살기로 한 이유 : 한국인이 느끼는 호주살이 장점

호주 사는거 어때?한국에 있는 오래된 친구들이 가끔 묻는다. 내가 호주에 온 지 1~2년쯤 되었을 때에는 "어 엄청 좋아. 미세먼지도 없고, 여유롭고, 사람들도 좋아. 나는 여기 살고 싶어!" 라고 대

saeariii.tistory.com

(호주살이 장점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면 윗 포스팅을 봐주시면 됩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점은 의료시스템이다. 한국에 비해서 뒤처져 있는 건 물론이고, 전문의를 필요에 따라 바로 볼 수 있는 한국과 다르게 호주에서는 GP라는 동네 의사를 가장 먼저 본 후 referral을 받아야 전문의와 연계되어 진료를 볼 수 있다. 이 같은 의료 시스템은 확실히 병의 예방이나 조기 발견을 저해하고, 사람들에게도 병원 가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시간도 많이 들고, 돈도 두배로 들기 때문이다. 메디케어(영주권자 이상이 가지고 있는 호주의 건강보험)가 있다면 꽤나 많은 부분이 커버가 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에 비교하면 사실 부족한 점이 많다. GP 예약이 필요할 때 평소에 보던 GP가 풀부킹 (보통 2~3주 넘게 걸려 예약을 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진료를 볼 수 있는 의사를 찾아야 새로운 의사를 보게 되곤 했었는데, 복불복이 심한 편이라 여간 불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피검사 하나를 해도 우리나라는 결과를 우편으로 보내주거나 이상 소견이 있으면  바로 알려주는데, 여기는 Pathology에서 피검사를 받으면 그 결과를 referral 해준 GP에게 보내고 (Pathology가 나에게 결과를 절대 이야기해 주지 않음, 이건 초음파나 x-ray도 마찬가지) 내가 GP 예약을 다시 할 때까지 검사 결과를 알 수 없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는 간다만, 조금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굉장히 많이 드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 정부에서 이 시스템을 언젠가는 꼭 바꿔주었으면 좋겠는데 이 생 안에 바뀔지는 잘 모르겠다. 


 번째, 음식 수준/ 다양성이 많이 떨어지고, 배달 음식이 너무 비싸서 사 먹을 수가 없다.
외식을 한다면 테이크어웨이보다는 직접 레스토랑에 가서 먹는 게(Dine in) 낫고, 이마저도 직접 해 먹는 것보다는 훨씬 비싸기 때문에 호주에서는 다들 집에서 요리하는 걸 선호하는 것 같다. 호주에 오고 나서야 한국에 있었을 때가 참 값싸고 질 좋은 음식에 대한 접근성이 좋았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는 슬픈 후문이. 호주에서 테이크어웨이로 파는 음식들의 평균 수준을 보면 한국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수준이 낮다. 흔한 스시트레인 초밥은 한국의 대형마트에서 파는 초밥보다 못하고, 베이커리도 한국의 맛있는 빵집들에 비하면 그냥 사람이 먹을만한 양산형 빵을 파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맛있는 곳은 정말 맛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저런 곳이 장사가 된다고? 하면 장사가 아주 잘 되고 있다. 한국의 미식 수준이 꽤나 높은 것도 있지만, 호주인들은 참 뭐랄까.... 음식 문화 쪽으로는 하향 평준화 되어있구나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호주 사람들이 뭐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맛있다고 난리 치는 거 보면 한숨만 나온다. 크래커에 버터 발라먹으면서 맛있다고 하고... 카페 가면 항상 빵에 베지마이트 발라먹으면서 맛있다고 한다(이 속으로 쉬는 한숨을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리고 맨날 먹는 것만 먹는다. 전체적으로 메뉴에 발전이 없는 게 다들 너무 쉽게 만족하고 평소에 먹던 것에 벗어나서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인 것 같다. 특히 백인들은 음식에 있어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에 꽤나 보수적이고, 그래서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호주에 아시아인들이 많아지면서 정말 authentic 한 중국, 베트남, 타이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인데, 아직도 일본 음식점은 개인적으로 한국이 훨씬 x100 나은 것 같다. 호주는 스시와 사시미가 너무너무 비싸고 한국만큼 질이 높지 않다. 고급 일본 음식점에 가면 정말 손톱만 한 초밥을 먹고 인당 백 불이 훌쩍 넘는 금액을 내야 한다.^_^ 이럴 때마다 저 정도 금액이면 아무리 사기를 치는 한국 수산시장이라도 호주 웬만한 일식집보다는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셋째, 테일러(옷수선)가 정말 비싸다. 우리나라는 전문가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정말 신속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저렴하게 옷을 잘 줄여주시는 곳이 많았는데, 호주는 무슨 테일러 한번 하려면 옷값보다 더 나오는 경우가 있어 차라리 이럴 거면 새로 사고 말지 하고 안 하게 되더라. 바지 단 자르는 데만 3만 원이 들고, 드레스 한 번 제대로 줄이려면 무슨 이삼십만 원 돈이 나올 수도 있다 (그 돈이면 드레스 두 벌을 더 살 수 있다.) . 또 대부분의 옷 가게가 백인 위주로 어울리고 맞는 디자인의 옷을 팔기 때문에, 호주에서의 쇼핑이 아시아인에게 호의적인 편은 아니다. 캔버라에서 쇼핑을 할 때면 항상 무지(지금은 없어짐)와 유니클로를 갔었는데, 일본 브랜드의 스타일을 엄청 좋아하진 않아서 종종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한국에서 옷을 사서 배송을 시키는 편을 선호해 왔다. 그래도 아무렴 한국 갔을 때 사는 옷들 만큼 싸고 질 좋은 물건들을 사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는데, 이러한 이유로 나같이 덩치가 크지 않은 여성 아시아인들은 키즈존에서 옷을 사는 경우도 많더라. 요즘은 많이 바뀌고 있는 추세인 것 같긴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나는 옷 쇼핑을 일 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 할 정도로 잘하지 않는다. 현지에서 태어난 아시아인들은 이미 여기 스타일에 적응해서 별로 신경 쓰는 포인트는 아닌 것 같은데, 나 같은 인터내셔널들은 처음 호주에 와 적응하기 힘든 점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넷째, 공공서비스 처리가 정말 느리다. 호주의 퍼블릭 서비스가 느린 건 지나가는 캥거루도 아는 사실... 여기 사람들은 그래서 어떠한 관공서 문제를 처리할 때 최소 2주는 잡고 처리를 하는 것 같다. 전화 연결에만 최소 30분 정도가 걸리고, 사안에 따라서 무언가 컨펌이 되어서 나에게 통지가 되기까지 빠르면 1주 느리면 한 달 이상까지도 걸릴 수 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처리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딜레이 되는 시간이 너무나도 길어진다. 주변에 공무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일하는 거 보면 본인들 점심, 휴식시간, 간식시간 다 챙겨가면서 여유롭게 일하더라. 게다가 주말은 무조건 쉬고, 애프터 아워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밥시간도 정말 가끔 챙기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이런 걸 보면 공무원 보다 간호사 월급을 더 많이 줘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오만번 들곤 한다ㅋㅋㅋㅋㅋ) 호주의 오피스잡이라는 게 한국처럼 효율적이고 빠르게 처리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고, 현지 사람들도 이것에 너무나도 적응되어 있어서 딱히 불만을 제기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빠르고 효율적인 공공서비스를 누리다 온 우리는 이런 현지 분위기에 알아서 잘 익숙해져야 한다. 물론 한국은 사람의 노동력을 갈아서 나오는 효율성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가끔 화딱지가 나는 것은 피해 갈 수 없는 호주 이민의 불편한 점 중 하나이다.

다섯째, 사람의 노동력이 들어간 서비스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가격이 비싸다. 호주는 전 세계적으로 최저임금이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그만큼 사람의 노동력을 귀하게 여기고,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 한들 사람의 노동력이 백 퍼센트 대체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의료서비스, 건축, 청소, 요리, 디저트, 커피 등등 우리는 그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호주사람들은 웬만한 가사 + 핸디맨 잡은 스스로 해결하거나 가족, 이웃끼리 도와가며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디 놀러 갈 때 이웃이 강아지를 봐주고 식물에게 물을 준다던가, 이사를 갈 때 서로 트럭을 빌려준다던가, 고장 난 가구나 기구의 부품을 수리해 주는 등의 일 말이다. 그래서 호주에서 살다 보면 ' 아 인간은 정말 혼자서 살 수 없구나, ' 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게 된다. 생각보다 남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고, 그걸 받은 만큼 베풀 줄 알면서 살아야 한다는 삶의 교훈을 하루가 멀다 하고 깨닫게 되는 호주 생활이다. 

요 정도면 마냥 좋아 보이는 호주 생활에도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대강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벌써 호주생활을 한 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호주가 한국보다 더 편한 저지만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는 법, 호주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면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하고도 한국에서의 삶보다 행복할 것인지 잘 생각해 보고 오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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