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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리의 Brunch ]/새아리의 호주 생활 일기장

#23 낯선 땅에서 이민자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by 새아리 202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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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생각이 다시 많은 밤들을 보내고 있다.

호주에 온 지 약 5년 정도가 되었고, 영어도 직업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예전이었으면 상상도 못 할 훨씬 편안 안 삶을 누리고 있지만, 삶의 어떠한 지점에도 항상 스트레스는 있는 법, 감사한 줄 알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또 다른 근심 걱정이 자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사람은 참 간사해서 불평할 점을 찾는 것은 참으로 쉽게 느껴지나,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감사함을 느끼기란 노력하지 않는 이상 참으로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호주에 와서 영주권을 따거나 오랫동안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참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몇십 년 전 호주 이민 문턱이 많이 낮았을 때에 와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 워홀러들, 워홀을 하다가 유학 또는 스폰서를 통해 영주권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 유학생들, 유학을 하고도 다시 자국에 언젠가는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 좋은 파트너를 잘 만나 영주비자를 받고 각지에서 꾸준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 등... 그중 나는 호주에 워홀 2년까지 할 생각으로 왔다가 이곳에 너무 살고 싶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유학을 하고 취업을 하게 된 케이스이다. 호주 이민 과정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고생길을 걸어왔겠지만, 내가 해온 루트도 쉬운 길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호주 이민을 하기 위해서는 정말 여러가지 요인들이 필요하다. 우선 본인이 호주의 생활 방식과 잘 맞는 사람이어야 하고, 유학이든 스폰서든 파트너이든 영주비자를 딸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하며, 영주권을 따고 나서도 본인이 나는 호주에서 이걸로 먹고살겠다, 하는 비전이 좀 있는 상태여야 한다. 그중에서도 관건은 사실 돈이 얼마나 있냐 없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돈이 있어야 하루아침에 시시 때때로 바뀌는 이민법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충분한 자본금 확보가 디폴트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나는 부족한 자본을 가지고 있었지만 천운이 따라 주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지금까지 호주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호주 이민에서 운도 엄청나게 큰 부분을 차지하고, 그 부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내가 스스로에게 나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라고 자기 쇠뇌를 반복하며 (대상은 없었지만) 제발 좀 도와달라고 정말 간절하게 기도한 덕택인 것 같기도 하다. (참고로 나는 무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답답함, 고된 노동, 부당한 처우등을 이겨내야 했던 호주 생활 초창기의 워홀 시절이 있었다. 꽤나 어린 나이에 낯선 땅에서의 자립하여 모든 것이 처음이라 이리저리 헤매던 때도, 워홀 때 바득바득 모아 왔던 돈을 수업료와 생활비에 야금야금 써버려 빈털터리가 되어버렸던 학생이었을 때도 있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여전히 돈은 없지만) 여러 방면에서 훨씬 나은 생활 수준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자꾸만 욕심이 생기고 지금 생활보다 더더욱 나은 삶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는 시점인 것 같다. 

한국인 워홀러들을 많이 만나던 몇 년 전에는 내가 호주에서 열심히 자리잡으려 노력하면서 꾸준히 일하고 학생비자로 전환해 공부를 한다는 자체만으로 남들보다 더 발전되고 나은 삶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덕분인지 돈이 없다는 사실은 많이 힘들었지만 꾸역꾸역 참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배경 자체가 부유해 처음부터 유학을 와 워홀 생활은 생각도 안 해본 유학생들을 만나면 약간의 괴리감은 느껴지긴 했지만, 삶은 원래 불공평한 거라, 불평해 봤자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없기에 단념하곤 했다. 뭐 이건 사람마다 상대적인 가치가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도 때문에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가장 자주 만나고 있는 집단이 남자친구의 또래 친구들인데, 대부분이 이민 1세대의 자녀들이라 호주에서 태어나거나 어렸을 때 호주에 와 일찍이 호주 국민이 된 친구들이다. 당연히 이민 1세대인 내가 겪은 것들을 이미 부모세대에서 겪었기에, 그들도 그들만의 고민이 있었겠지만 다들 바르게 자라 시기적절하게 대학을 가거나 취업을 일찍 히 해온 친구들이다. 나보다 조금 어리거나 같은 나이대인 이 친구들이 이미 경제적으로 안정된 단계에 들어서고 자립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괜히 대학 졸업하지 말고 일찍이 호주나 와서 쓸데없는 학자금이랑 시간 좀 아낄걸(ㅋㅋㅋㅋ) 하는 생각이 종종 들면서 나를 비교하게 되더라.

그러나 이 문제 또한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년, 내 후년의 나는 조금 더 나은 환경에 있기를 바라면서 현재를 충실히 사는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것보다도 요즘은 가장 많이 걱정되는 것이 가족이다. 우리 집은 경제력을 떠나 화목한 가정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한 가족이었기에 스무 살 대학에 들어갈 때무터 집에서 먼 대학을 택했고, 가족끼리는 떨어져 지내는 것이 가정의 화목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지금도 같은 생각이긴 하나 (호주에 오고 난 후 3년 뒤에 어머니와의 사이가 굉장히 좋아졌기 때문) 내가 호주에서 5년을 지내는 동안 한국에 딱 한 번밖에 못 갈 거라는 생각까지는 사실 못했기 때문이다.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한국 방문은 너무나도 귀하다. 호주의 생활비가 꽤나 높은 탓에 한국 방문은 원래 호주에서 나가는 돈은 계속 나가면서 한국에서의 여행을 준비해야 하기에 먹고살기 바쁜 우리들은 정말 큰맘 먹지 않는 이상 꽤나 힘든 부분이 많다.

사실 한국의 엄청난 미식문화를 제외하고는 한국에서의 삶 자체를 그리워해 본 적은 없기 때문에, 한국에 몇 년 안 가는 것을 딱히 대수롭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을 예전처럼 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 볼 수 없다는 것은 인생에서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친구들의 결혼식은 물론 가족의 경조사조차 챙기기 힘든 것은 모든 이민자들의 애환일 터, 나에게는 아직 정정히 살아계신 외할아버지와 강아지들이 매년 늙어가는 것을 보면 참 시간이 많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서두르게 된다. 언젠가 그들의 임종이 오게 된다면 내가 그 옆에 함께하지 못할 확률이 높기에 더더욱 그렇다. 감사하게도 나는 호주에서 좋은 파트너를 만나 잘 살고 있지만, 몇 년 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이 또한 더더욱 어려워지겠구나 싶어 시간이 참으로 아깝게 느껴진다. 내가 부자였으면 일주일이라도 한국에 다녀와서 잠깐이라도 가족들을 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지레금 든다. 일 년에 낼 수 있는 휴가도 정해져 있기에 돈이 있다고 마구 쉴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다른 게 아니라 이런 게 향수병이구나 싶다. 예전에는 강아지들 생각만 해도 너무 마음이 아프고 보고 싶어 매일 울었는데, 그렇게 운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만 아프기 때문에 무뎌지는 법을 연습하게 된 것 같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 호주에 왔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테지만 서도 모든 선택에는 양면이 있는 법, 이게 내가 견뎌야 하는 값이 구 나하고 스스로를 다잡곤 한다. 

떨어져 있으니 더욱 더 보고싶은 가족들

사실 위에서 현지인 또래 친구들이 일찍 독립해 경제적 안정을 찾아 가는 것이 부러웠다고 적었는데, 사실 무엇보다도 그들이 부모님과 한 땅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부럽게 느껴진다. 나도 이제야 조금 효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는데, 어버이날이나 부모님 생신 때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영상통화 밖에 없다는 게 약간 슬프게 느껴졌다. 다음 목표는 열심히 돈을 벌어 부모님을 한 번 호주에 모셔오는 건데, 그때까지 내가 바라는 건 그저 엄마 아빠 별문제 없이 건강한 것, 그거 딱 하나다. 병원에서 일하게 된 뒤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삶과 죽음이 너무나도 가깝게 있어서, 나이 불문하고 우리는 언젠가 어떠한 이유로 갑자기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고는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난다. 지금까지 별 탈이 없이 잘 살아 있다는 것으로도 꽤나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해 놓고 사실 내년부터 풀타임 근무를 하면서 파트타임으로 유니를 시작할 것을 앞두고 있는 나... 사실 뭐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Diploma 할 때처럼 여행 약속 잡기도 힘들 거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겠지. 하지만 이 또한 언젠가는 해야 할 일. 그냥 우선 흘러가는 대로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 볼 예정이다. 

보고싶다, 이쁜이들

나 자신 파이팅.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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