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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리의 Brunch ]/새아리의 호주 생활 일기장

#22 드디어 나도 해외 취업, 호주 간호사 첫 직장 살아남기 (Enrolled Nurse)

by 새아리 2023.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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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EN (Enrolled nurse) 취업 후기, 근황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백만 년 만에 돌아온 새아리입니다
블로그 못 한 지 어언 두 달이 넘어가는데 그것은 제가 드디어 취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짝짝짝).
저번에 공립 병원 인터뷰 본 것은 탈락했습니다만... 졸업 시즌 맞춰서 미리 취업을 보장받아 둔 사립병원이 있었기에 브리즈번에서 하는 친구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날짜에 맞춰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답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개고생한 내 자신 기특하다...

다만 공립병원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딜레이가 계속되어서 (병원이 다른 병원과 인수합병 절차를 밟고 있었어요) 화딱지가 조금 나기는 했습니다만...결과 발표 일정이 원래도 꽤나 늦은 인터뷰 본 한 달 후였는데, 엑스트라 한 달이 더 걸리는 바람에 목 빼고 기다리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좀 받았습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취업 확정을 받아 둔 사립병원에 가기로 마음을 굳혔고, 딱 출근 며칠 전에 공립병원 결과가 나와 탈락을 확정받은 덕분에 시원하게 첫 출근을 준비했다지요. 워낙 EN이 RN보다채용인원이 적었고, 티오가 정확하게 발표되지 않은 곳이어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서도 잘 될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제 촉이 별로 좋지 않았나봅니다. 하지만 미리 들어둔 보험덕에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는 (장하다 내 자신...) 점이 참 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고 있는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 인생의 모토가 새옹지마인데, 현 직장이 첫 직장으로는 꽤나 맘에 드는 곳인지라 역시나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네요.

지금 일하는 병동은 Surgical인데, 실습을 할 때부터 꼭 가고 싶었던 분야였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저는 medical보다는 surgical이 잘 맞더라고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다 좋고,  보스도 정말 caring 한 분이시다보니 최소 몇 년 동안은 별 탈만 없으면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죽어라고 바쁠 때도 많지만, 아무래도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아직까지는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 가치관 순서가 관심사> 사람> 전망> 돈> 일의 힘든 강도 인지라, 사실 일이 힘들더라도 새롭게 배우고 경험하고 얻는 게 많으면 만족도가 올라가는 성격이어서 그렇기도 합니다.

첫 출근 후 최소 한 달 동안은 매일 같이 시프트가 끝나면 한 시간씩 공부하고 자곤 했습니다....ㅠ

취업 초반에는 물론 모르는 게 너무 많아 헤매기도 엄청 헤맸고, 집에 와서 항상 모르는 것들을 검색해 보고 찾아보며 빨리 워드 일에 적응하려고 엄청 애를 썼습니다. 그 덕분에 초반 한 달 동안 살이 좀 빠졌다는.....ㅋㅋㅋㅋ 시간 아끼려고 저녁 먹으면서 공부하고 그랬거든요. 그리고 여전히 언어적인 장벽이 일할 때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가와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만, 뭐 어쩌겠습니까. 계속 하다 보면 영어도 말도 늘겠지 라는 생각으로 일하는 중입니다. 경험이 없어 의사들에게 보고하고 도움을 요청할 때가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는데, 몇 번 부딪히고 스스로 깨져보면서 (아무도 비난을 하지는 않더라고요... 그냥 제 자신이 안타까울 뿐....) 점점 나아지고 있기는 합니다. 사실 정말 감사하게도 이렇게 부족한 제 자신이지만 열심히 하려는 노력을 NUM (Nurse unit manager, 한국으로 치면 수간호사?)이 많이 알아주고, 대놓고 + 은밀하게 따로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 외국이나 한국이나 열심히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건 똑같은 것 같아요. 이 초심 잃지 않고 오래오래 일하렴 나 자신아.

드디어 에이전시 소속 캐주얼 AIN에서 탈출해서 제대로 된 짜인 시프트를 받는다는 점과 Full time worker로 일하며 복지 혜택을 다 받으면서도 졸업 전 AIN으로 일하며 받던 시급보다 높은 시급을 받는다는 점은 참으로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는데요, 저는 스무 살 때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부모님의 도움 거의 없이 한국에서의 대학교 학비와 호주 유학에 든 학비, 생활비를 거의 스스로 마련한 꽤나 비련 한 중생인지라 더욱이 배로 기뻤던 것 같습니다 (물론 남자친구와 남자친구 부모님 등 주변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었고, 열심히 살았기에 하늘이 도와준 거라고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남들에게 자랑을 절대 안 하는 성격인데, 취업하고 부모님께 실컷 자랑했네요. 사실 돈과 여유만 있으면 바로 호주 대학에 풀 타임으로 등록해서 Registered Nurse 과정을 밟고 싶은데, 내년 남자친구와 집을 사기로 한 것도 있고 아직까지는 영주권이 없어 학비가 비싼지라, 풀 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파트 타임으로 학교를 등록해 조금씩 공부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나중에 영주권이 나오면 학비가 저렴해지니 풀타임 학생으로 전환해 남은 유닛을 끝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파트타임으로 해도 최대 4년에 걸쳐 과정을 끝낼 수 있으니 결혼 전까지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것이 우선 제 계획입니다.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ㅋㅋㅋㅋ

작년에 받은 택스리턴으로 대학 보증금을 내서 사라졌습니다^_^ 이런게 인생의 맛 아니겠서요

돈이 생기면 나가는 삶.... 언제쯤 제 통장 잔고는 두둑해 질까요 ㅎㅎ

그리고 어쩌다보니 취업하자마자 남자친구와 저를 위한 집을 렌트해 드디어 독립을 했습니다. 원래는 집을 살 때까지 조금만 더 버텨 보려고 했는데, 남자친구 부모님이 아무리 잘해 주신들 저희만의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절실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운 좋게 아는 친구가 본인 소유 매물이 있어 렌트할 사람을 구하고 있었고, 시기가 잘 맞아 프라이빗으로 렌트를 구할 수 있었읍니다. 집이 제대로 정리되기까지 약 한 달 정도가 걸려 이제 겨우 조금 안정이 된 느낌인데, 재택근무를 하는 남자친구에게도 너무 좋은 환경이고, 매일 같이 일하는 저도 저만의 공간에서 드디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일이 고되도 집이 주는 엄청난 안정감 덕분에 스트레스받지 않으면서 현재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는 중입니다. 원하지 않는 소음을 듣지 않아도 되고, 각자 독립된 공간을 가지고 있으며, 둘만의 규칙을 서로 정해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이 삶의 질을 엄청나게 올려주더라고요. 물론 덕분에 서로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두세 배가 늘었지만, 후회가 전혀 안 되는 결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남자친구는 더 열심히 일하는 중이긴 합니다만. 하하.

아무도 없이 평화롭게 즐기는 둘 만의 브런치는 감사히 여기는 소중한 행복 중 하나랍니다 엉엉 ㅠ

지긋지긋했던 CIT 유니폼은 페이스북 마켓에 올려 무료나눔 해버렸습니다

아무튼 저는 여전히 열심히 운동도 하고 있고 그렇습니다.

이 글을 사실 쓴지 엄청 오래되었는데, 다듬을 시간이 없어 취업한 지 약 10주가 되어가는 시점 업로딩을 하게 되었네요. 아무튼 저는 열심히 올해를 살아볼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드디어 당당한 풀타임 근로자로써 유급휴가로 남자친구와 짦은 여행을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파트너 비자나 메디케어는 신청한지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도 연락이 없어 기다리고 있는 중이구요, 조만간 또 들려드릴 소식이 생기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_^ 다들 건강하시구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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