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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리의 Brunch ]/새아리의 호주 생활 일기장

#21 당신의 연애가 좋은 연애인지 알고 싶다면 [이십대 초반 여성들에게]

by 새아리 2023.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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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제목을 이십 대 초반 여성들에게,라고 부제를 붙였으나 사실 이 글은

이십 대 초반의 나에게- 가 더 어울리는 글이 아닐까 싶다. 그때의 나가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지금의 내가 깨달았고, 그걸 지금 그 나이대의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은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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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와의 연애사를 본 방문자라면 알겠지만, 내 남자친구는 호주에서 태어난 아시아인이다. 처음 만남부터 참 느낌이 좋았고, 알면 알수록 생각이나 가치관이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2년이라는 시간을 거의 매일같이 보면서 알게 된 그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아지는 사람이다. 가끔은 딱히 별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참 나에게 맞는 짝을 찾았다는 생각에 감사하곤 한다. 첫 줄부터 자랑 같은데, 사실 누가 내가 가진 것들 중 가장 좋은 걸 자랑하라고 하면 아마 난 남자친구를 가장 1 순위로 이야기 할 것 같긴 하다. 어찌 이 사람을 이제야 만났나 싶고, 서로가 서로의 인생을 돌고 돌아 각자 성숙해진 다음 만나 좋은 감정을 나누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할 정도로 나게는 인생의 축복과도 같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연애는 내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향하게끔 도와준다. 내 자신의 부족함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게 되고, 절충하는 방법을 배워나갈 기회를 준다. 한 사람과 함께하는 작은 사회생활은 대내외적으로 더 큰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좋은 연애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자존감과 엄청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한때 사랑을 믿지 않았던 나는 사랑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엄청난 효력과 에너지에 종종 감탄하곤 한다. 이래서 사람들이 연애를 하는구나 싶다. 

좋은 연애좋은 사람을 만나야 가능하다.

아무리 당신이 좋은 연애를 하고 싶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어도 상대방이 그렇지 못한 사람이면 당신은 좋은 연애를 할 수 없다. 나도 사람들 고쳐서 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십 대 초반 꽤나 오랫동안 연애를 한 적이 있다. 미련한 정도가 곰이었는지, 떠날 명목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그게 그래도 사랑이라고 붙들고 있는 게 덕이라고 생각했는지-나는 그 사람과 3년 반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다. 이십 대 후반이 된 지금은 사람을 만날 때 어떤 면을 봐야 하는지, 어떤 면을 피해야 하는지 알지만 그때는 그냥저냥 제대로 된 연애를 갓 시작한 스무 살이었기에, 뭘 알았겠는가. 그래도 그때 열심히 삽질한 덕에 지금의 안정감 있는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위안하나, 조금만 덜 멍청해서 잘못된 사람과 시간낭비는 좀 덜 할걸이라는 후회는 아마 죽을 때까지 할 것 같다. 내 가장 젊고 생기 있던 시기에 더 사랑받아도 모자랄 망정, 내가 부족함을 느끼더라도 상대에게 한없이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것이 미덕이라고 믿었던 것이 불찰이었다. 어찌 되었던 나는 내가 줌에 있어서는 한 점 부끄럼 없는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상대를 사랑했다. 그러다 보이더라. 그 사랑이 끝나가고 있음이. 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주는 사랑이 받는 사랑이 있어야 사랑이라는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고 둘 사이의 관계에서 평온하기 유지될 수 있는 것인데, 자원이 다 떨어져 불씨 하나 만들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상대도 나를 사랑했을 것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사랑을 표현하고 주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 가장 큰 원인을 부모님이나 가정환경에서 찾았는데,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부족한 사람을 받은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본인의 약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 깊게 숨어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습관적으로 본인의 생각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 지적을 받으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고치려 하가보다는 기분 나빠하며 상처받는 사람이기도 했다. (물론 나도 자존감이 높은 편이 아니었고, 부모님에 대한 콤플렉스도 많았기에 상대의 상황이 이해가 가서 그때 당시의 내가 상처받는 것과 관계없이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하려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나는 상대가 기분 나빠할까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하면서 대화를 했으며 매번 서로의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려 시도해도 실패했다. 나중에서야 느끼는 감정이었지만 그 사람 앞에서는 내 모습의 절반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 한 느낌이었고, 가시밭길을 걷는 느낌이었으며 항상 대화가 시원하지 않고 찜찜했다. 그러다 그 사람과의 미래를 상상하니 까만 도화지가 머릿속에 떠오르더라. 정말 이제는 안될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오랜 시간의 연애였던 만큼 헤어짐은 쓰라렸지만, 그 이후의 나는 엄청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가 되었다는 게 그리 나쁘지 않았고 행복했다.

 

그 후 삼 년이라는 시간을 홀로 꿋꿋이 지내다 만나게 된 지금의 남자친구는 누가 봐도 사랑받고 자란 게 티가 나는 사람이었다. 열이면 열 누가 내 남자친구를 만나도 똑같은 소리를 하고, 만나는 사람들 마다 내 남자친구를 싫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애정 표현에 아낌이 없는 사람이었으며, 그 부분은 나를 누구보다도 사랑이 넘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 바탕으로 세워진 내 자존감은 나의 생활에 엄청난 자신감과 생기를 주기도 했다. 평상시 감정의 동요가 크지 않은 사람이라 내 감정이 파도처럼 일렁일 때마다 나를 보듬어 주었으며, 나에게 본인 그대로의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준 덕에 나도 내 모습을 백 퍼센트 드러낼 수 있었다. 사람마다 좋은 사람, 좋은 애인의 기준은 천차만별일 터이니 뭐가 좋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를 할 수는 없겠지만, 솔직한 내 모습을 보여 주었을 때에도 여전히 나를 사랑할 것임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아주 많이 들게 한 부분이었다.

사실 나는 여전히 사랑을 믿지 않는다.

영원한 사랑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계속 변화하고, 그래서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도 상대도 아주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다가 이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이 어떠한 이유로 한 순간에 깨질 수도 있다는 것도 아주 잘 안다. 그래도 내가 이 연애를 좋은 연애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는 것은, 만약 내가 이 사람과 혹시 나쁘게 헤어지더라도 (정말 극단적으로 상대가 바람을 피워 헤어진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 사람은 내 인생에 이만큼 좋은 영향을 끼쳤던 사람이야 라고 기억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의 연애가 좋은 연애인지를 알고 싶다면 지금 그 사람과 만나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그리고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관계인지, 지금 내가 이 사람과 함께하고 있는 이 시간들이 합리화가 아닌 객관적으로 당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또 당신의 연애는 삶의 목표가 아닌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사실 아직 서른도 안 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우스워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 중 하나인 이십 대 초반의 귀중한 2-3 년을 조금 더 나은 누군가와 함께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가슴 한편에는 상상 남아 있기 때문에,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나와 똑같은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한마디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튀어나와 라테처럼 훈수질을 두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한다.

그러나 그때의 방황하는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깨달음이 있지 않았나 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그때의 아픈 기억들이 마냥 쓸모없지 않다는 것도, 지금의 파트너에 대한 감사함은 그때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산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왜 결혼한 아줌마들이 이 남자 저 남자 나쁜 남자 좋은 남자 다 만나보라고 했는지, 이제야 약간 알 것 같기도 하고. '그래 열심히 만나라.... 저 시기엔 내가 아무리 말해도 들리지 않을 테니.....' 하며 체념하게 되더라. 그래도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정도는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저 누가 빨리 깨닫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절주절 지금까지 떠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 보자면

사회가 정해놓은 연애, 로맨스의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하지 말 것
연애보다 본인이 생각하는 꿈과 목표에 인생의 초점을 맞출 것
그러다 그 꿈을 함께 할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좋은 시너지를 가지고 함께 해 나갈 것
자신의 꿈을 희생하면서 결혼에 목숨 걸지 말 것
연애와 결혼은 언제든 하고 언제든 안 할 수 있는 것
인생은 언제나 후회스러운 것이기에 선택에 신중을 기하되 아닌 길은 빨리 철회할 것

정도가 될 것 같다.

좋은 배우자 또는 동거인을 가진다는 것은 나의 수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힘들 때 나를 보듬어주고 챙겨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내 몸과 마음을 동시에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게 가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본인 삶에 결혼이 계획이 없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좋은 사람과 인생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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