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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리의 Brunch ]/Nursing in AUS : 간호사 새아리의 이야기

호주 EN 11주 간의 간호실습 후기 (feat. 취준 시작)

by 새아리 202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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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두고

나는 1월 말을 기점으로 드디어 졸업요건에 충족하는 11주간의 EN 간호 실습을 완료했다. 약 3개월 간에 해당하는 무급 실습이라, 참 다사다난하고 힘들었던 작년이었다. 대학에 가서 RN을 공부하게 되면 이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실습을 해야 하지만, 아마 그때쯤이 되면 지금보다 경험도 쌓이고, 영어도 더 나아지고 금전적 여유도 생겨서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캔버라에 있는 전문대, CIT (TAFE 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에 진학해서 EN과정 거의 막바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것마저 코로나 때문에 연장된 텀이고, 졸업을 위한 실습요건은 거의 다 충족한 셈이다. 작년 4월에 처음으로 실습을 시작했는데, 참 그동안 많은 어려움과 고비, 그로 인한 발전이 있었다. 나처럼 EN과정을 먼저 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나중에 RN을 하더라도 EN과정이 더 힘들었다고 하는 경우가 많던데, 아마 간호에 대한 지식을 처음 습득하면서 익숙하지도 않은 실습을 나가야 하는 터라 단기간에 적응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그런 것 같다. 또 대학 과정이 물론 더 아카데믹하고 에세이를 위주로 한 과제가 많아 엄격하다고 하는데, 우리의 교과과정이 주어진 시간에 비해 학교에 나가는 빈도수나 과제가 조금 더 빈번해서인지 조금 더 인텐시브 하게 느껴져서 인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일 년 반 동안 거의 매 학기 주 4일을 학교 공부를 해야 했는데, 보통은 아르바이트도 함께 하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나 포함....ㅠㅠ)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실습 후기

아무튼 나의 Enrolled nurse 교과과정은 크게 Stage 1, 2, 3 의 세 단계로 나뉘어 있는데, Stage 1 3주, Stage 2와 3에서는 각 4주씩 총 11주의 실습을 진행했다. 실습을 할 때는 정말 하기 싫고(무급이라는 사실 때문에 ㅎㅎ) 여러모로 익숙하지 않은 환경 때문에 엄청 힘들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11주의 실습이 또 엄청나게 많은 건 아니었구나 싶기도 하다. 마지막 실습을 끝낸 뒤에 내가 과연 간호사로 일하게 되었을 때 받는 환자 4명을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

아직도 배워야 할 지식들과 습득해야 할 스킬들이 너무나도 많아 보였다. 아마 이런 부분들은 일을 하면서 차차 배워나가야 겠지만 객관적으로 내가 나를 평가했을 때, 영어도 그렇고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영어를 조금 더 잘했다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잘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도 들고, 내가 그동안 최선을 다해서 시간을 아껴가며 실습에 임한 것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약 2~3 주 정도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내가 느끼는 이 부족한 점들을 더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끝나버린다니 시원하면서도 아쉽기도 했다.

Stage 1에서 했던 첫 실습은 사실 나에게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내가 리스닝이 많이 약한데, 그때까지만 해도 더 영어를 잘 못 듣는 상태였고, 특히나 호주 노인분들의 영어는 더더욱 못 알아 들었다. 매뉴얼 핸들링이라고 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기구를 이용해 옮기고 도와주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았고, 환자 샤워나 옷 갈아입히는 것, 패드 갈아주는 것도 사실 어려웠다. 여러모로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바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드는 시기였다. 이때는 핸드오버 시트에 있는 간호 용어들, 여러 약자들을 다 못 알아듣겠어서 일일이 찾아보고 물어보고 하면서 겨우겨우 이해하곤 했다.

Stage 2에서는 드디어 환자 ADL(생활에 필요한 활동, 샤워나 운동, 화장실 등등) 도와주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메디컬 병동으로 가게 되었었는데, 워낙 메디컬에는 노인분들이 많아 일손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때 많이 배워서 에이전시에서 AIN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었다. 그 후 에이지드 케어에서 일하며 노인 분들 대하는 것도 많이 배우게 되었고, 실습을 할 때에도 예전보다는 조금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간호 용어도 조금 더 익숙해져서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고, 사실 핸드오버 시트지를 집에 가져오면 안 되는데(기밀 유지 때문!) 집에 가져와서 모르는 용어들을 다 찾아봤다. 그래서 점점 더 핸드오버 때 약이라던지 환자의 기저질환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Stage 3에서는 드디어 약(medication)을 환자에게 줄 수 있게 되어 더 실습을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는 ADL보다는 간호사가 하는 일에 조금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핸드오버나 간호 노트(progress note) 적는 것도 많이 연습해서 익숙해졌다. 다만 마지막 주에 갔던 응급실은 일반 병동과는 일하는 게 조금 달라서, 핸드오버 sheet 도 없고 progress 노트 쓰는 방법도 달랐으며 알아야 할 스킬들이 엄청 많아서 멘붕이 왔었다.... 실습하면서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는데 간호사가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치보다 더 많이 맡기려고 해서 당황해 집에 오는 길에 혼자 좀 울었다....ㅋㅋㅋㅋㅋ (물론 기회를 주려고 한 것은 너무나도 감사했다. 하지만 난 너무 overwhelmed 한 느낌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반전은 그때 날 그렇게 가르쳐 준 간호사가 내 리퍼런스 써줌.)

이렇게 쓰고 보니 열심히 하기는 한 것 같다..? Language barrier 때문에 습득이 느렸다는 것 빼고는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 같다. CIT에서는 실습하면서 완료해야 할 과제들을 꽤나 많이 주는데, 그것들을 다 하려고 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엄청 많이 받았었지만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어떻게든 빨리 끝내버리고 실습에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다. 과제 하나하나에 간호사들의 사인이 필요하다 보니 최대한 내 버디 널스들 일도 잘 도와주고 좋은 관계를 쌓으려고도 노력해서 내 버디 널스였던 간호사들은 다 날 좋아하는 편이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많이 부족했던 small talking 스킬도 엄청 늘었다.... 이놈의 호주는 저 스몰토킹이 없으면 인간관계를 쌓을 수가 없어서 대화하는 능력도 엄청 중요하다. 어찌 됐던 간호사로 일하면 환자들이랑도 rapport를 쌓는 것이 요구되는 스킬 중 하나이기도 하기 때문에, 꼭 내가 키워나갔어야 할 능력이었는데 실습 다니면서 영어도 꽤나 늘어서 이 부분도 예전보다는 훨씬 많이 나아졌다 (예전에는 환자랑 대화할 때는 속으로 너무 긴장돼서 social anxiety 올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은 이제 거의 졸업을 앞두고 레지스트레이션 (간호사등록) 과정도 거의 다 마쳐서 학교에서 나가 모든 코스를 성공적으로 수료했다는 연락만 Aphra에 주면 등록이 완료되는 시점이다. 지금은 집에서 멀리있는 Private hospital에 지원서를 하나 넣어 전화 인터뷰까지 마치고 사실 간호등록만 마치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상태이기는 한데, 집에서 가깝고 조금더 경쟁력이 있는 Public Hospital에 서류를 합격해서 이번 달 중순에 인터뷰를 보러 가려고 한다.  사실 우리 반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지원서를 넣었는데, 인터뷰 붙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내가 인비테이션을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감동스럽고 신기했다. 간호공부를 하는 내내 사실 나는 현지 학생들에 비해 내 자신이 한없이 부족한 것처럼 보여 자신감이 많이 없었고, 그걸 극복해 내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저 아이들보다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류를 열심히 준비하고 나서는 주변 아는 간호사 언니에게 첨삭을 아주 꼼꼼하게 받았고(언니가 너무너무 서류를 잘 봐주신 덕에 많은 부분을 고칠 수 있었다), 실습 때 봐서 레퍼런스를 부탁한 간호사에게도 서류 첨삭을 부탁하면서 몇 번이고 서류를 고쳐 제출했는데 이게 빛을 발 한 것 같다. 조금 얼떨떨하기도 하고 긴장이 많이 되지만,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열심히 준비해서 꼭 공립병원에 당당하게 취직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매일매일 나는 할 수 있다고 나에게 주입하며 이 긴장감과 의심을 떨쳐내려 노력하는 중이다.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이미 잡 오퍼를 받았으니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좋은 기회임이 틀림없다.

항상 감사함을 잊지 않고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나의 최대한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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