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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리의 Brunch ]/Nursing in AUS : 간호사 새아리의 이야기

호주 EN 졸업을 앞두고 쓰는 일기 : 화이팅해야지! 연진아.

by 새아리 2023.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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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이 다가온다. 드디어.

드디어 블로그 일기글을 쓰는 날이 왔다. 이 말인즉슨, 내가 한 숨 돌릴 수 있는 때가 왔다는 것이다. 코스가 끝나가지만 이번 연도도 어김없이 바빴다.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마지막 실습을 나갔고, 마지막 실습을 하자마자 작년 말부터 준비해 온 파트너 비자 신청을 마무리 짓느라 바빴다. 비자 신청을 위해 어마어마한 서류들을 제출하고 돈을 내고 나니 간호사 등록을 위해 영어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 2주 만에 부랴부랴 시험을 봤다. 그렇게 영어시험을 보고 나니 마지막 텀의 과제와 평가들을 보느라 반짝 바빴고, 그 와중에 일은 꼬박꼬박 나가면서 비자 신청비용과 신체검사, 영어시험으로 텅텅 빈 통장 잔고를 채워야 했다. 최근에는 졸업 후 취업을 위해 레쥬메와 커버레터를 쓰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우선 큰 병원 두 군데를 지원했고, 한 군데는 진행이 빨라 인터뷰 연락이 와서 다음 주에 인터뷰를 볼 예정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 올해 상반기도 참 바쁘게 열심히 지냈다는 느낌이 온다.

한국에서 원 없이 먹고 온 찐 한식들....외국 나와 사니 어쩜 이리 맛있는지. 그립다.

EN 공부를 하는 동안 너무 바쁘고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아 제발 일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었다. 호주 와서 일만 하는 2년 동안 힘들었지만 공부와 함께 병행하는 힘듦에는 별로 비할 바가 못되었던 것 같다. RN도 공부할 계획이 있기 때문에 어차피 대학에 가서 또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생활을 2년 더 해야겠지만, EN을 했을 때만큼 힘든 일은 앞으로 딱히 없지 않을까 싶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반에 30명 정도 친구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면 갈수록 한 두 명씩 떨궈지면서 결국 반 정도의 학생이 함께 졸업을 하게 되었다. 사실 알짜배기 학생들만 남는 느낌이라 수업 분위기도 좋아지고 서로 더 끈끈해져서 좋았다. 우리 반에는 특히나 여러 인종들의 학생들이 골고루 섞여있어서 인지 더 좋았던 것 같다.

반 친구들과 쫑파티를 할 기회가 있어서 떡볶이를 해갔는데 맵다는 애들 반 맛있다는 애들 반이었다. 참고로 나 맵찔이라 엽떡 못먹음

열심히 한다고 열심히 해 왔는데, 돈을 버느라 학업에 소홀했던 때는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잘 활용해서 좋은 간호사가 되어야 하는데, 이론적인 부분을 대충 넘어가면서 눈 가리고 아웅했던 적도 꽤나 있는 것 같다. 마지막 남은 텀을 마무리하면서, 최대한 내가 가진 지식들을 리마인드 해보고 모든 스킬들을 종합적으로 잘 사용할 수 있는 올라운더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친구와 2주년 기념일에 간 프랑스 레스토랑/ 처음으로 함께 한 친척의 결혼식

남자친구와는 벌써 함께 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를 만난 것은 내 생에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참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변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성취와 안정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바를 항상 노트에 적어두고 마음 속으로 되새기며 언젠가는 꼭 이루고자 하는 마음으로 꿈으로 간직하는데, 이 아이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그 많은 목표들을 생각보다 더 빠른 시일 내에 성취해 나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작년에 적어 놨던 목표 리스트들을 보니 5년 이상의 장기 목표를 제외하고는 내가 이루지 않은 것들이 없었다. 그 덕분에 더 큰 꿈을 꾸고 더 큰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게 되었으며, 나라는 인간이 더 단단하고 알맹이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현재 작년 한 해 열심히 이루고자 한 일에 시간을 많이 투자한 덕에,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를 손에 쥐기 시작했다. 아마 이번 해는 그와 나에게 또 다른 큰 한 해가 될 것이고, 그가 잘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에 나도 그만큼 잘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꿈을 응원해 줄 상대가 있다는 것은 참 축복받은 일이다.

아직도 열심히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는 나

작년 9월 중순부터 시작한 에이전시에서 일한지 약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사실 일은 많이 익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얼타지 않고 하게 되었고, 여기저기 운전하고 다니면서 캔버라 내 운전 실력도 꽤나 많이 늘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에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매번 긴장하고 불편한 마음가짐으로 일했는데, 지금은 몇 번 가본데도 많아지고 익숙해져서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일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어르신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정말 정말 버거웠었는데, 지금은 정말 알아듣기 힘든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충 대화는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고, 노인의 행동 양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특정 행동을 하는 사람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그들의 거동을 잘 도와줄 수 있는지 몸으로 직접 배우면서 많이 깨우쳤다. 자연스럽게 환자를 대하는 게 간호사가 되기 전 꼭 습득해야 할 스킬 중 하나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게 경험을 쌓는 것 이외에는 달리 익힐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금의 일이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 느낀 것은 요양원 일이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배운다는 명목하게 돈이라도 벌어야지 하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일하고 있는 거긴 한데, 표현하기 힘든 어려움이 많다. 사실 간병인들 중에서는 자신의 직업을 좋아하고 즐기면서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조금 놀랍기는 하다), 나는 아마 이걸 평생 직장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몸이 고된 날보다 감정적으로 힘든 날이 더 많은 게 가장 큰 이유다. 변태 할아버지를 샤워 시키다가 성희롱을 당한 적도 있었고, 치매 노인에게 엘보우 킥을 당한 적도 꽤나 많다. 치매 노인들 중에는 그냥 이유 없이 루드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케어해야 하는 날에는 내가 이렇게 못된 인간이었나 싶을 정도로 속에서 부글부글 화가 끓어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이게 또 인간의 본성이구나, 하며 앞으로 간호사로 일하며 닥칠 많은 일들과 이것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간호는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에 정답이 없고 각자의 해결 방안은 각각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아마 나는 평생을 나를 괴롭히지 않으면서 이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뇌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가도 내 작은 친절에 뽀뽀와 땡큐를 남발하는 러블리하고 친절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볼 때면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눈 녹듯 사그라지는 것도꽤나 아이러니한 일이다 .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모든 게 처음이고 스트레스라 매일매일 남자친구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저런 일이 있었다 미주알고주알 온갖 불평들을 다 늘어놓으면서 일을 했는데, 요즘에는 퇴근길에 오늘 있었던 나쁜 일들은 다  잊어버리려 노력한다. 인생은 과거형이 아니고 나는 또 다른 내일을 살아가야 하니까.

동생덕분에 멀리서나마 에드시런도 구경했다

와중에 난생 처음 팝 가수의 콘서트에도가봤다. 콘서트 규모가 정말 커서 정말 신기했는데,  에드시런 콘서트이다보니 뭐 당연한 일이었다. 동생이 표를 좀 늦게 구해서 거의 맨 끝자리에 앉았지만 콘서트 홀의 웅장함이 무엇보다도 크게 느껴져서 좋았다. 사실 에드시런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그냥 동생이랑 놀면서 이런 거 구경하는 게 재밌었다. 내가 또 언제 와보겠어, 하면서 말이다.

한국가면서부터 찐 살(+3kg) 은 빠질 생각이 없다

운동도 꾸준히 계속 하고 있는데, 저지방 식을 해서 그런지 한국 가서 급하게 찐 군살은 많이 빠졌지만 먹는 양이 그대로라 몸 사이즈는확실히 작년보다 더 커졌다. 작년에 한 다이어트가 무색할 정도로....ㅎㅎ 몸무게가 3킬로나 늘긴 했지만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사실 뚱뚱해 보이기 보단 근육이 많이 붙었다는 느낌이 들긴 한다. 레그프레스와 벤치 프레스 무게가 확실히 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살이 찌면 얼굴 살이 가장 많이 붙는 체질이었는데, 다행히 얼굴 살은 그대로라 별로 우울하거나 그렇진 않다. 곧 컷팅구간에 들어가면서 전체적인 사이즈를 좀 줄여볼 예정이다. 다이어트는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좀 덜 받을 때 해야 하는 것 같아서 졸업 후 취업 전의 기간을 잘 활용해 보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겨울에 아마 맞는 옷이 없을 거라 어차피 한 번 해야한다. 휴.

동생과 함께 야망을 다져나가는 일은 즐겁다. 허구한 날 전화하는 내 베스트 프렌드는 스트레스 관리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나는 Fake it till make it, 그리고 인생은 새옹지마 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사실 좋아한다기보다는 그게 내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대표하는 가장 걸맞은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나쁜 일과 좋은 일은 영원하지 않고 너의 한계는 스스로 결정짓는다는 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십 대 중반에 들어 내가 가장 분별 있게 하는 일은 인생에서 도움이 되는 사람, 해가 되는 사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과 본받을 점이 없는 사람을 구별해서 사귀는 일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이십 대 초반에 많은 사람들을 겪으며 여러 일들을 겪어보니, 스스로에 대한 탐구도 자연스럽게 할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이제는 말이 가진 힘과 그 말을 하는 주변 사람들의 영향력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인연을 곁에 두어야 하는 동시에 나쁜 인연을 거를 줄 아는 힘을 동시에 길러야 한다. 

지금 내 기준 나에게 별로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람들은 나의 한계를 결정짓고 안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그 사람들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왔다. 언젠가는 내가 저 사람이 나한테 저렇게 이야기 한 것을 후회하게 해 줘야지. 하면서 말이다.

다음에도 다른 사람들의 부정의 말을 틀렸다고 증명할 만한 좋은 소식과 함께 돌아오는 걸로 해보겠다. 오늘도 나의 인생 화이팅.

여러분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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