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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리의 Brunch ]/Nursing in AUS : 간호사 새아리의 이야기

호주 에이지드 케어(요양원)에서 일한 후기 : 호주 널싱 에이전시, 캐쥬얼 포지션 후기

by 새아리 202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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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에이지드케어(요양원)에서 일한다면? 에이전시 캐주얼 포지션 장점과 단점

사실 이것도 엄청나게 오랫동안 묵혀둔 포스팅인데,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올리네요. 저는 현재 호주의 사립병원에서 EN(Enrolled nurse)로 일하고 있고, 지금부터 풀어나갈 이야기는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기 전까지 일한 경험을 담고 있습니다. 약 9개월 정도를 캐주얼 (Casual) 포지션으로 일했는데, 주에 4~5회, 30시간 이상은 일을 한 주가 많아 경험을 이야기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에는 사실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운전도 같은 시기에 시작하다보니 정신적으로 항상 바짝 긴장하고 있어야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졸업 후 간호사로 지원할 때를 대비하여 경력을 쌓기 위해 일을 시작했던 지라, 별 다른 경력이 없던 저에게는 사실 한줄기 빛과 같은 잡이었습니다. 같은 반에 AIN으로 오래 일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일하는 에이전시에서 친구 소개 프로젝트 같은 느낌으로 직원들에게 프로모션을 하고 있었던 것 같더라구요. 그 친구가 저희 반 애들의 절반 이상을 에이전시에 소개해 줬다는 걸 들었던 터라, 별로 친하지 않았지만 혹시 나도 추천해 줄 수 있어? 하고 물어봤고 흔쾌히 그 친구가 리퍼런스를 해줘서 일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병원 AIN에도 지원 한 적이 있었는데, 남자친구 외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고, 경력도 없던지라 뽑히질 않았었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얼씨구나 감사합니다 하고 부랴부랴 맞춰서 차도 구하고, 일하던 카페도 그만두고 에이전시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일은 저에게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을 더 많이 선사해 준 별로 좋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매일매일 시프트를 갈 때마다 억지로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면서 일을 갔고,  보스와 마찰이 있어 저를 별로 좋게 보질 않았었거든요. 보스도 제가 필요했던 지라 대놓고 뭐라고 하진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시프트로 bullying을 하는 느낌이 좀 있었습니다. 그렇게 총 9개월 정도 캐주얼 포지션으로 일을 했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들임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했던 경험이자 현재 간호사로 일하면서 많은 도움을 준 경험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럼 뭐가 좋았던 부분이었는지 먼저 이야기 해 볼게요.

요양원에서 일한 장점

첫째, 영어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이건 사실 지금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더 많이 늘고 있긴 합니다만,  학생 때 까지만 해도 제 영어 실력은 정말 턱없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일하던 카페에서 무리 없이 일할 정도의 실력은 되었지만, 손님들과 조금이라도 말이 길어지게 되면 알아듣기에 좀 힘겨움을 느끼고는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업도 제대로 못 알아듣던 제가 첫 실습에서 영어실력에 대해 엄청난 한탄과 좌절을 느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PTE 7.5점을 맞으면 뭐합니까. 생활 영어를 못하는데. 특히나 호주 영어 자체가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악센트이기 때문에 장벽이 꽤나 높은 편인데, 노인분들이랑 대화를 하게 되면 그 난이도는 배가 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이야기할 때 분명히 한국말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를 겪어보신 적이 한 번 쯤은 있으실거에요. 이 같은 경험을 영어로 겪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몇 번을 말해도 못 알아듣는 저와 성미급한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짜증이 합쳐지면 정말 이런 개판도 개판이 없더라구요. 한 번은 할머니 한 분이 Comb(빗)을 달라고 했는데, 발음을 못 알아 들어서 혼자 "콤...? 콤? 콤...? 그게 뭐지???????" 하고 몇 분을 서랍장을 뒤지다가 결국 깨닫고는 빗을 찾아 드린 적이 있습니다.

호주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이런 언어적 장벽을 겪는 경우는 너무 다도 허다하기 때문에, 막 내자신이 너무  한심하다,라는 느낌이 든 건 아니지만 언어가 호주생활 초창기에 비해서는 많이 는 상태에서 이런 상황을 오랜만에 겪다 보니 그냥 좀 갑갑하더라구요. 지금도 영어때문에 여전히 힘들어하는 부분이 많지만,  요양원에서 일하는 동안 노인분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다 보니 저절로 귀가 조금씩 트이기 시작했고, 자주 말하는 문장들이 생기며 간호에 필요한 스피킹도 많이 늘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호주에서 간호를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한 번쯤 꼭 경험해 봤으면 좋겠을 정도로 간호 실습에 있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2번째 학기부터 이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첫 학기 실습까지는 매 번 환자를 대하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고,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 기가 많이 죽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양원에서 일을 하고 나서 나간 실습부터는 환자 샤워, 옷 갈아입히는 것, 베드 만들기, 패드 갈기 등에도 자신감이 많이 붙었고, 리프터 등 여러 기구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우왕좌왕하느라 뭘 배우고 뭘 기록해야 하는지 몰랐던 첫 학기 실습과는 다르게 다음 실습부터는 간호사로써 배워야 할 더 수준 높은 스킬들을 집중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실습에 나가면 알겠지만, 함께 일하는 간호사들을 도와주는 만큼 저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나 지식들이 많아지는데, 간호사들도 사람인지라 자기를 잘 도와주는 학생에게는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더라구요. 이건 제가 간호사로 일해보니 더욱이 잘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일하는 동안 제가 한 케어에 대해서 documentation 할 기회도 꽤 있었기 때문에, 실전에서 간호기록을 연습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셋째, 캐쥬얼 포지션이다 보니 각 요양원에서 일하는 정규 직원들 보다는 여러 가지로 덜 신경 쓰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요양원은 아무래도 환자 가족들이 컴플레인을 정말 많이 하는 곳이라 하지 말아야 할 것 해야 할 것 들에 대한 압박이 좀 있는 것 같더라구요. 또 일의 강도가 높은 곳에서는 시간 내에 돌봐야 하는 노인의 수가 많아서 정말 쉴 틈 없이 일해야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보통은 관리 직원들이 carer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직원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구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에이전시 소속이다 보니 그런 압박에서 조금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었는데요, 9개월 동안 갔던 요양원만 해도 20개가 넘기에,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르는 곳이고 올 때마다 처음 보는 carer들도 많았습니다. 대부분 에이전시에서 왔다고 하면 일이 익숙하지 않을 것을 감안해서 나이스하게 대해주었고, 일이 힘들어서인지 직원들끼리 일하는 분위기도 항상 좋은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점

첫째, 위에서 언급했던 에이전시 캐쥬얼 워커 포지션에는 사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았습니다. 널싱에이전시에서 캐쥬얼 포지션으로 일한다는 것은 마치 언제든지 달려 나갈 준비가 된 5분 대기조나 마찬가지였거든요. 물론 이건 에이전시마다 운영하는 방식이 달라 몇 시간 노티스를 미리 주거나, 시프트를 픽업할 건지 안 할 건지를 직원이 고를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만, 제가 일했던 곳은 다른 곳보다 페이가 조금 더 높은 곳이어서 그런지 시프트를 받고 3번 이상 거절 하면 제적이 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받으면 무조건 일을 해야 했고, 유난히 긴급으로 손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물론 저도 언제 언제 일할 수 있다고 Availability를 신청해 두긴 하지만, 에이전시 특성 상 요양원에서 손이 필요하면 에이전시에 연락을 주고 직원들을 출동(?) 시키는 개념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시프트가 나쁜 의미로 굉장히 유동적이었습니다. 일할 수 있는 날에도 일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 새벽 같이 전화를 받고 급하게 출근해야 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저는 주로 평일날만 일을 했는데, 주말의 경우에는 호주 법정 시급이 높아(토요일 로딩 50퍼, 일요일 75 퍼) 기존 오래 일한 멤버들 위주로 일을 주기 때문에 일을 막 시작한 저의 경우에는 주말 시프트를 잘 안넣어 주더라구요. 출근 시간을 예상할 수 없고, 이렇게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일상생활을 계획하는 데에도 정말 많은 지장을 주었고, 보통 운전해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가야 해서 이렇게 아침에 급하게 일을 받는 날에는 시프트를 받는 순간부터 짜증이 확 몰려오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보통 연락 받는 아침 시간(8~9시 이전)까지 연락이 안 왔으면 오늘은 일이 없나보다-하고 생각해서 남자친구와 운동을 하러 가는 와중에도 갑자기 전화가 와 일을 하러 가야 할 때도 있었고, Booked in 된 시프트가 몇 시간 전 갑자기 취소되어 오늘은 일하는 날인 줄 알았는데 집에서 쉬게 된 날도 꽤 있었다. 이런 불안정한 근무 일정에 안 그래도 예민한 저는 스트레스에 머리가 터져버릴 것 만 같았습니다.

이건 여담인데, 시프트가 가면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예상치 못한 시간대에 연락을 받는 경우가 많아 한 번은 보스에게 이렇게 갑작스럽게 받게되는 시프트가 너무 많아서 일상생활이 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니 그게 계약대로의 내용이라면서 눈 하나 꿈쩍 안 하더라구요. 그래도 퇴직하는 날까지 주 30시간 이상의 시프트를 항상 일했고, 열심히 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엿이나 먹으라는 듯이 간호사 잡을 구할 때 리퍼런스를 꾸역꾸역 안 써주던 그.... Admin 하는 직원(간호랑 관련도 없는)에게 받으라면서 본인은 절대 안 써주려고 애를 많이 쓰더랍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저에게만 리퍼런스를 안 써준 게 아니라, 자기 눈 밖에 난 학생 근로자들은 모두 리퍼런스를 안 써줬다고 합니다. 호주는 잡을 구할 때 전 직장의 보스한테 리퍼런스를 받는 경우가 많고, 특히나 간호쪽은 리퍼런스를 꼭 제출해야 해서 관련 직종의 리퍼런스가 필요했는데 말이죠. 저는 주변에 간호하는 사람이 많이 없었고, 그래서 졸업 전 정보가 정말 많이 부족했기에 리퍼런스를 마지막 실습에서 미리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탓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실습했던 곳에도 찾아가 보고 아는 사람들에게도 물어보는 등 여러 명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리퍼런스 구하는 데에 유난히 어려움을 겪어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기에 이리도 힘겨움을 겪는가 하는 걱정에 우울감이 극에 달한 적이 있었습니다. (노파심에 언급하자면, CIT, TAFE 학생들은 코스 특성상 실습 기간이 1~2주로 길지 않아 간호사들과 친분을 쌓는 데에 꽤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실습에서 무조건 리퍼런스 폼을 들고 가서 꼭 한 두 명에게라도 리퍼런스를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직장에 정이 있는 대로 떨어진 저는 이 이유가 일을 그만 두고 싶은 가장 큰 이유였어요. 예전에는 유동적으로 일할 수 있고 시급이 높은 캐주얼 포지션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졸업 후 6개월 정도 풀타임으로 일해보니 미리 짜인 시프트와 유급 휴가를 보장받는 풀타임이나 파트타임 포지션이 캐주얼보다 훨씬 더 낫더라구요. 물론 캐주얼 근무자들이 다들 캐주얼 포지션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둘째, 에이지드 케어 잡은 3D 직종입니다. 치매 노인들에게 얻어맏거나(정말 갑자기 자다 일어나서 때리는 사람 봄) 욕지거리를 듣는 등의 봉변을 당할 때도 많고, 대소변을 조절하지 못하는 분(사실 요양원에 계씬 절반 이상의 노인분들에 해당된다)들의 패드를 갈아주고 씻겨주는 것도 Carer가 해야 할 일이며, 덩치가 크던 작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욕창 방지를 위해 몇 시간마다 자세를 바꾸어주는 것도 간병인의 일입니다. 또 Carer의 대부분은 여성인데, 남자 노인들 중에는 변태 같은 사람들도 많고, 그래서 역겹고 짜증 나는 일을 겪을 때도 많습니다. 저도 성추행이라고 한다면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당했었는데, 왠만한 일들은 사실 정상적으로 판단이 불가한 분들에게 당하는 지라 그렇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대수롭게 생각한다 한들 사실 저희 선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기 때문에 그냥 감안하고 일을 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는데요, 어느 날 어떤 남자 노인을 샤워시키려고 화장실에 들어가니 그 노인이 너도 옷벗어라 내가 샤워시켜 주겠다 라며 제 엉덩이를 두 번이나 찰싹 찰싹 때리더라구요. 처음에는 어 실수인가? 싶었는데 두 번째 때릴때 부터는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을 당하면 노인에 대한 존중이고 나발이고 정자가 뇌를 지배한 si발새rl 하며 속으로 오천만 번 욕을 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만, 차분하게 나와서 직원들한테 이 노인이 원래 이런 Behavior를 가진 사람이냐, 왜 이런 사람에게 단독으로 샤워를 시키라고 했냐? 하고 따지고 시스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기록했더니 나중에 그 요양원에 일하러 갔을 때에는 RN이 따로 그 노인은 여자워커가 샤워 또는 드레스를 못하게 하고 남자 carer만 독대할 수 있게끔 핸드오버를 하더라구요. 아무튼 요양원은 연령대가 높을 뿐 똑같이 사람 사는 사회라, 정말 다양한 노인들이 존재하고 꽤나 다양한 방법으로 화나게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들 중에는 까다로운 사람들이 많았는데, 자신만의 루틴이 있어서 침대보, 가구 배치 하나하나 다 자신의 뜻대로 해야 하는 사람들 - 이런 방에 들어가면 최소 20분이라 가장 나중에 들어가야 합니다 - 도 있고, 짜증을 잘 내는 사람들이 좀 많았습니다. 물론 할머니들만 짜증을 잘 내는 것은 아니고 할아버지들도 도라방쓰들이 많지만,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할머니들만의 바이브가 있더라구요. 사실 제가 좀 안좋은 부분만 많이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일하면서 만나는 정말 나이스하고 젠틀한 노인분들도 꽤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대비는 하되 너무 겁먹지는 마세요. 10~30퍼센트는 정말 좋은 사람들, 50~60퍼는 보통의 사람들, 나머지 20~30퍼센트가 치매 등의 이유로 주시해야 하거나 루드해서 문제가 되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간식도 주고 대화하는 것도 잘 통하고(사실 대부분은 대화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대화 끊기가 힘들 때도 많았다는 것이 함정ㅋㅋㅋ) 최대한 우리 힘들지 않게 노력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셋째, 배울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간호공부를 하던 저로서는 환자를 대하는 스킬이 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큰 장점으로 작용했던 것 같은데요, 그 수준이 넘어가게 되면 요양원에서 일하면서 병원에서 필요한 간호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사실 바이탈도 큰일이 있지 않는 이상 규칙적으로 재는 일도 없을 뿐더러(사실상 무의미한 경우가 많기 때문), 가장 큰 간호 사정이라 하면 낙상이 일어났을 때의 대처, Skin tear나 Pressure injury에 대한 예방 또는 대처 정도였고, 보통 진료가 필요하면 병원으로 이송시키기 때문에 IV라던지 약관련해서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없었습니다. 호주에서는 Aged care certificate 가 있는 사람이 약 관련 코스를 이수하면 Residents(요양원에 거주하는 노인분들)에게 약을 줄 수 있는데, 아직 학생이었고, 에이지드 케어 관련 공부를 하지 않은 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부분이라 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양원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생기면 병원 AIN(Assistent in Nursing)을 지원하는데, 구직이 어렵긴 하지만 일할 기회가 있다면 요양원의 다음 단계로 꼭 병원에서 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일하는 환경도, 근무 조건도 시급도 요양원보다 훨씬 낫고, 실질적으로 간호직에 필요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거에요.

종합적으로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는데, 일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게 되는 직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치매 노인이 그렇게 많은지도 몰랐고, 어린 시절 저를 그렇게나 사랑해 주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기회이기도 해서 일하면서 돌아가신 할머니가 참 그리워질 때도 많더라구요. 인품이 정말 좋은 분들과 그 정 반대인 분들을 보면서 나중에 저렇게 늙어야겠다,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겠다 하는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절실하게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인간 모두는 결국 늙고 병들기에, 우리가 젊은 날 누리고 있는 이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늙고 힘없는 노인들이나, 그 분들이 사는 방에 들어가 젊었을 때의 사진을 보면 느껴지는 바가 참 많더라구요. 아무리 삶이 힘들고 고되더라도 나는 이 분들이 사진으로 추억하고 있는 이 찬란한 젊음을 현재 누리고 있구나, 이 부분을 깨닫고 나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가족들의 소중함도 더욱 절실히 느껴지고, 그래서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정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분일초를 행복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그 나이까지 좋은 남편, 와이프와 생을 함께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건강관리도 참 중요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 나이가 되면 돈도 돈이지만 인복이 많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가장 큰 행복으로 보였습니다.

아무튼 여기까지가 호주 요양원에서 AIN으로 일한 후기였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지라 단점을 많이 서술하긴 했지만, 어차피 모든 일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적성에 맞으면 생각보다 할 만한 직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저는 그 적성이 요양원 쪽은 아니었던 걸로). 실제로 정말 행복하게 요양원에서 오랫동안 일하시는 분들도 꽤 많아요. 시급도 호스피탈리티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능력만 된다면 카페, 레스토랑보다 요양원에서 일하는 걸 더 추천하는 바입니다. 혹시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성심 성의껏 답변할게요:) 

아무튼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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