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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여행 이곳 저곳/ACT

[캔버라 시티] 맛도 백 점 분위기도 백 점, 호주 이색 요리 레스토랑 캔버라 'Rebel rebel'

by 새아리 2022.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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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이색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Rebel Rebel'

요즘 캔버라에도 괜찮은 집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오늘도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리고 싶은 맛집을 들고 왔어요. 맛이 없으면 블로그 올리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드는데, 이 집은 가기 전부터 괜찮으면 바로 포스팅해야지! 하고 각을 잡았습니다. 이 레스토랑을 알게 된 계기는 틱톡인데요, 남자 친구가 발견하고는 링크를 보내면서 꼭 가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시간이 괜찮은 날이 있어 금요일 저녁 일찍 예약을 하고(전날 예약이라 5시 밖에 시간이 없었어요) 갔습니다. 시티 센터에서는 도보로 20분 정도 걸려요. 저희는 이미 주차를 해놓은 상태여서 걸어서 왔다갔다 했지만 주변에 주차 공간이 꽤나 있으니 웬만하면 차로 이동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특히 캔버라의 겨울은 추우니까요. 

내부 인테리어

내부가 넓지는 않았고, 테이블이 20~30개 정도 되는 그렇게 크지 않은 규모의 레스토랑이었어요. 이 식당이 위치가 익숙한 곳인데, 언제 생겼지? 하고 보니 예전에 카페 겸 식당이었던 자리를 개조해서 만들었더라고요. 인테리어를 너무 예쁘고 고급스럽게 잘해놓아서 음식을 먹기도 전에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디자인이 심플하면서도 심오해 보였던 식당 곳곳의 캐릭터들
주방에서는 분주하게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으신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이렇게 오픈 키친으로 되어있는 파인 다이닝을 볼 때마다 일하시는 쉐프 분들의 자부심이 느껴져요. 조리하는 과정에서부터 플레이팅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신경을 쓰고 있는지 더 와닿는다고나 할까요.

다섯시 예약이라 저희가 첫 손님이었는데, 내부가 조용해서 좋았습니다. 딱 해가 지기 전이라 더더욱이요.

메뉴

이렇게 보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죠? 저는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인스타그램을 찾아봤습니다. 직원분이 에피타이저 두 개, 메인 메뉴 두 개 정도를 시키면 성인 두 명이서 먹기에 알맞은 양일 거라고 하셨어요. 메뉴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리고 싶었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아무리 설명 들어봤자 무슨 소리인지 모를 것 같아서 열심히 사진을 찾아봤습니다.

 

rebel rebel canberra(@rebelrebelcanberra)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www.instagram.com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스타그램에 있는 음식보다 실물이 더 낫게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평소에 흔하게 접하는 음식들은 아니다 보니, 사진으로 봤을 때 잘 와닿지가 않았던 것 같아요. 호주의 많은 식당들은 메뉴판을 사진 하나 없이 그저 이렇게 재료의 나열과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깔끔하고 고급진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는 장점이 있지만, 당최 음식이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아마 이렇게 도전과 같은 메뉴 주문을 하는 것이 하나의 재미라면 재미일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사진이 많은 한국 식당의 메뉴판들이 가끔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사진들을 바탕으로 King fish와 Wagyu tartare, Wagyu tongue과 Confit duck을 주문하고 디저트로는 Ice cream sanga를 주문했어요. 중간에 양이 조금 모자랄 것 같아 chip도 주문했는데 이 정도면 대부분의 커플들은 배부르게 드실 수 있을 것 같아요. Chip가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꽤나 양이 많았는데도 (맥날 후렌치 프라이 미디엄 사이즈 두 개 정도 되는 듯) 둘이 다 먹었습니다. 사이드로 꼭 시키세요! 평소에는 잘 안 먹으려고 하는데 여기 chips는 너무 맛있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는....

먼저 음료를 주문했어요. 와인종류도 꽤나 많은데 오늘은 제가 운전할 거라 술을 먹지 않았습니다. 남자 친구가 마신 레모네이드는 스페셜 뭐였는데 별로 달지 않아 남자 친구가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덕분에 제가 다 마셨습니다.

날이 추워서 저는 소이 플랫화이트를 시켰어요. 레스토랑 커피가 맛있기는 힘들다 보니, 저도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고 푸어링이 꽤나 별로인 커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참 웃기게도, 맛이 좋았어요. 이게 왜 맛있지? 왜 맛있지? 하면서 거품부터 시작해 눈 깜짝할 사이에 원샷해 버렸던 커피. 바리오의 원두를 쓰고 있다고 했는데 원두가 맛있었던 걸까요? 우유에서는 짭짜름한 맛이 나며 커피 맛을 더욱 감칠맛 나게 했습니다. 지금도 의문인데 정말 왜 맛있었는지 이유가 궁금합니다. (깜박하고 우유 브랜드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아쉽네요. 보통 카페에서 주로 사용하는 bonsoy에서는 이렇게 짭짜름한 맛이 심하게 나지는 않아서 신기했거든요.)

각 메뉴 별 후기

음료를 마시고 속이 따뜻해 질 때쯤, 첫 메뉴가 나왔습니다.

Hiramasa King fish $25

애피타이저로 너무나도 훌륭했던 메뉴, king fish입니다. 가격대가 조금 있기는 했지만, 소스가 굉장히 상큼해서 refresing 되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사시미와 쌈무 같은 느낌의 얇게 저며진 daikon, mandarine의 조화가 입맛을 돋우기에 단연 완벽한 메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세점 먹고 나면 끝난다는게 함정이지만요

첫 메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나올 메뉴들이 더더욱 기대가 되었어요.

Beef tartare $26

육회 귀신인 남자친구가 당연히 주문하고 싶어 했던, Beef tartare! 함께 나오는 sourdough crisp가 정말 맛있었어요. 사실 저희는 이렇게 서양식으로 나오는 beef tartare보다 한국식 육회가 더 맛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 mustard와 tartare, 함께 나오는 과자의 조합은 너무 잘 어울렸어요. 이걸 먹으면서 육회도 이렇게 바삭한 과자랑 같이 먹으면 맛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한 번 시도해 보려고요. 하하.

Wagyu tongue $28

요게 정말 요물입니다. 우설을 이렇게 제대로 먹어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한 입 먹고 먹기 아까워서 둘 다 천천히 먹었다는....ㅋㅋㅋㅋ 어떻게 우설이 이렇게 잘 익혀졌는데도 이 정도로 부드러울 수 있으며, 고기의 풍미를 해치지 않을 정도로 입혀진 그릴 향과 함께 어우러진 올리브 오일, 캡시컴의 조화는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단연 올해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으로 손가락 안에 들었던 메뉴입니다. 다음에 이 식당에 또 오게 된다면 다시 시켜먹을 것 같아요. 맛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저와 남자 친구는 한점 한점 소중히 꼭꼭 씹어먹으며 식사를 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좀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니 조금 거부감을 갖으시는 분들도 꽤나 있더라고요. 그러거나 말거나 이 아름다운 음식을 맛볼 기회를 놓친 당신... 후회하게 될 것이다....

Confit duck $38

사실 이 메뉴는 제가 인스타그램에서 잘 못 보고 시킨 메뉴였는데요, 먹어보고 정말 잘 시켰다고 생각했습니다. Confit이 뭐지? 하고 찾아보니 저번에 식스센스에서 봤던 '콩피 레스토랑'의 '콩피'더라구요. 기름에 고기를 넣어 오래 끓여서 만든다는 조리 방법, 그래서인지 고기가 정말 부드럽고 야들야들했습니다.

직원분이 토핑으로 오리 기름이 뿌려져 있으니 잘 섞어먹으라고 하셔서 잘 섞어먹어 보았습니다(말 잘 들음). 사진 속 동그랗게 보이는 재료가 Fregola라는 파스타인데요(이것도 처음 먹어봄), 오리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나면서 오리 고기의 쫄깃한 식감과 fregola의 탱탱한 식감이 어우러져 재밌었습니다. Kale의 향과 중간중간 섞여있는 아삭아삭한 밤도 이 음식을 더욱 더 흥미롭게 했습니다. 이게 무슨 요리지? 싶었지만 정말 아무런 의심도 의문도 갖고 싶지 않았던 완벽한 맛이었습니다. 

Macadamia + lemon myrtle ice cream sanga

이렇게 흠 잡을 데 없는 식당이었지만, 딱 한 가지 조금 아쉬웠던 게 이 ice cream sanga였어요. 사람들이 많이 주문하는 메뉴 중에 하나인 것 같은데, 겉은 마카롱 같은 느낌의 crispy 한 과자로 덮여있는 아이스크림 샌드예요. 마카다미아가 많이 채워져 있는 아이스크림이라 nutty 함과 citrus 한 맛을 함께 느낄 수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제 입맛에는 너무 달았습니다. 이건 제가 한국인이라 그렇게 느낀 것 일 수 도 있는데 (아시죠? 한국인의 디저트 최고 칭찬은 "안 달고 맛있다"인 거.) 약간만 덜 달았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호주의 디저트 들은 대부분 설탕 맛이 강하고 한국 디저트보다는 단 맛이 강한 편인데, 호주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서 그렇게 만들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식당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메뉴가 많지 않아 셰프들이 몇 가지 메뉴의 quality 유지에 집중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고, 음식이 나오는 순서가 완벽했다는 거예요. 음식이 나오는 텀도 그렇게 길지 않아서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다음 음식이 나왔고, 음식 하나하나 맛볼 때마다 다음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습니다. 입맛을 돋우는 순서부터 메인 메뉴로 포만감을 느끼고 디저트로 마무리하는 과정까지 너무 좋아서 마치 정말 멋진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황홀했어요.

합리적인 가격까지, 뭐 하나 빠지는게 없었던 캔버라 rebel rebel

개인적으로 최근 가 본 맛집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아이스크림 빼고 다 완벽했으니 9.8점/10점 드립니다. (사실 10점 줄까 하다가 아이스크림이라는 자잘한 흠이 생각나 버림. 그래도 지금까지 제가 남긴 리뷰 중 최고 점수예요.)

파인 다이닝 중에 또 가고 싶은 곳은 처음인 듯합니다. 보통 맛은 있지만 가격도 비싸고 이 가격에 오기에는 좀 아깝다, 싶은 곳들이 많았거든요. 이곳은 가격까지 괜찮아서 만족도가 더 높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스테이크와 샐러드 메뉴, 다른 디저트들을 도전해 보려고요. 날 따뜻해지면 다시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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