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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리의 Brunch ]/알아두면 득이되는 : 호주 생활 정보

한국인이 호주에 오기 전 알아야 할 문화 차이 5가지

by 새아리 2022.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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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한국과 많은 것이 다른 나라다. 적응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특히 한국 서비스직에서 많이 일해본 나로서는 호주의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분위기가 한국과는 많이 달라 일하면서도 매번 놀라고는 했다. 벌써 호주에 머문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처음 어떤 부분이 나를 놀라게 했는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스몰 토킹

적응하는데 시간 너무 오래걸림. 도대체 How are you를 왜 밥먹듯이 하는 것이며 산책하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인사는 왜 하는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대답과 함께 자연스럽게 넘길 것인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처음 왔을 때는 how are you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하면서 머릿속으로는 항상 긴장 상태였다. 운동하러 가서도 아는 사람 만나면 오늘은 어디 조지냐 등 인사치레로라도 몇 마디 꼭 하는 느낌. 아는 사람 만나면 그냥 손만 흔들거나 고개 꾸벅해서 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우리나라 문화와는 너무 딴판이어서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보다는 훨씬 익숙해 졌지만, 일하다가 종종 오늘 바빴니? 로 대화를 시작하는 손님을 만나면 맨날 말할 소재 생각하느라 머리가 바빠진다. 아직 난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보다.

그니까 이렇게 힘든 걸 왜 하는 건데

 

2. 서비스 업에 대한 인식이 한국보다 너그러운 편

이건 지역마다, 가게마다 차이가 많이 나지만 지금까지의 내 경험상으로는 한국에 비해 컴플레인 거는 손님의 비율이 아주 낮다. 가끔 뒷골을 당기게 할 정도로 컴플레인을 거는 특정 인종과 연령대가 있기는 한데 대부분은 나이스 한 편이다. 한국처럼 사사건건 시비 걸고 협박하는 손님들은 (간혹 있긴 있는데)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호주에 오기 전, 한국에서 여러 분야의 서비스 업종을 아르바이트로 경험했었는데, 한국에서 일할 때에는 정말 기분 나쁘게 컴플레인 거는 사람 + 앞뒤 안 가리고 환불받으려는 사람 + 다양한 싸이코패스 들을 만날 일이 꽤 많았다. 그거에 비하면 호주 사람들은 대부분 조그마한 실수는 걸고 넘어지지 않고 유하게 넘어가는 편이다. 예를 들어 바쁠 때 음식이 많이 늦어도 쟤네 바쁜가 보다 하고 이삼십 분 기다리는 건 대수롭지 않게 이해해 주는 분위기가 있다고 해야 하나.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문화 때문인지 서비스의 질은 한국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모든 현상에는 양면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나도 한국에서 내가 손님 입장이라면 분명히 직원에게 언지라도 줬을 것 같은 상황에 있다 하더라도 여긴 호주잖아...뭘바라니...(이런 류의 서비스는 기대도 안 한다는 듯이)하면서 여유있게 기다리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쪽으로 바뀐 것 같다. 근데 손님입장에서 느려터진데다가 불친절하기까지 한 가게에 가면 속에서 천불이 나긴 함ㅋㅋㅋ

+그리고 보통 한국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식점은 가격이 더 비싸다. 그만큼 노동력이 비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3. 술 문화

한국 문화와 비교했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서로 권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으며, 본인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마시고 충분히 즐기는 것. 특히 한국의 술 문화는 보통 좌식으로 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그러다 보니 자리를 비운다던지 일찍 집에 간다던지, 술을 먹지 않는다던지 하는 것들이 술자리 분위기를 깨는 행동으로 인식이 된다. 호주 술자리에서도 술을 권하기는 하지만, 한국만큼 강압(?)적이지는 않다. 술을 못 마신다는 사실이 폐가 되지 않고, 파티에만 가도 모두가 같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BYO (Bring your own)이라고 하여 본인이 마실 술을 보통 직접 가져가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파티에 가면 이렇게 스낵바를 따로 만들어 놓기도 함! 


4. 얼리버드 라이프 스타일

호주 대도시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대도시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바나 클럽을 제외하고 밤 열두시까지 영업하는 슈퍼마켓이나 레스토랑은 거의 없다. 카페는 보통 3-4시면 영업을 종료한다 (한국처럼 저녁에 프라푸치노 먹을 수 있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드니 같이 큰 도시에는 있음). 내가 사는 곳은 대도시가 아닌 호주에서 Regional 지역이라고도 불리는 외곽지역인데, 배달도 8시 9시면 거의 끊긴다. 본인이 직접 튀겨먹는 거 아닌 이상 밤 야식 치맥이라는 게 뭐 거의 있을 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한국인들 중에는 2차 3차 하면서 늦게까지 술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 몇몇 한식당이나 노래방은 영업을 늦게까지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적어도 밤 10-11시경에는 잠에 들고, 아침 6-7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식이다. 가끔 헬스장에 아침 6시 이전에 가면 저녁시간만큼이나 사람이 많아 놀라곤 했었는데, 본인 출근 전에 운동을 한두 시간하고 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

저녁과 밤이 조용하고, 개인의 시간을 존중하는 환경이 조성되니 아침 시간을 더 일찍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이런 현상이 가능한 것 같다. 이러한 전체적인 분위기가 노동력의 가치를 지키고 각자의 워라밸을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많은 일조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그 반대일지도?


5. 거절이 어렵지 않은 문화

No thanks, 처음엔 이 말이 참 안나왔었다. 특히나 내 성격상 남이 뭘 부탁하거나 주면 거절하지 못하고 고마운 시늉이라도 하는 편이라, 누군가에게 싫다고 말하는 것이 참 어려웠었다. 또 한국에서는 누가 먹을 거라도 주면 한 입이라도 먹어보고 빈 말이라도 맛있다고 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아왔었는데, 더 이상 호주에서는 그럴 필요가 바이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을 보며 깨닫게 되었다. 카페에 가도 사람마다 식습관이 달라 선택할 수 있는 엄청나게 많은 옵션과 대안들이 있다. 아무리 까다로운 주문을 해도 호주에서는 손님이 원하는 대로 음식을 만들어 줘야 한다. 개개인의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제는 내가 'It's okay, thanks by the way' 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상대방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주 마음에 든다.

웰빙 버거를 판매하는 Grill'd 에서 주문한 저탄수 빵 버거. 선택할 수있는 빵 종류가 무려 4가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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