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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리의 Brunch ]/알아두면 득이되는 : 호주 생활 정보

임플라논을 제거하기로 했다 - 임플라논 1년 타임라인/부작용/제거 이유

by 새아리 2022.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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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라논 삽입 후 1년, 제거하기로 결정한 이유>

저는 작년 6월 경 임플라논 시술을 받고 올해 6월 (약 한 달 전) 임플라논을 제거하였습니다.. 시술 전부터 시술받고 있는 동안, 그리고 제거 이후에도 참 많은 정보들을 찾아보았으나 아무래도 우리나라 특성상 아직까지는 이러한 피임 시술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나 거부반응이 있는 편이었고, 외국만큼 보편이지는 않다 보니 한국어 자료를 검색하는 데에 있어서 한계가 많이 느껴졌습니다. 한국 포털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라고는 저 같은 블로거들의 개인적인 후기 정도였고, 유튜브에서는 그나마 임플라논이 무엇인지, 작동 원리와 부작용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영상은 많으나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사용해 본 사람들의 후기와 데이터가 너무나도 부족했습니다. 같은 여성이라 할지라도 같은 피임방법을 사용하였을 때에 몸에서 나타나는 이상반응이나 부작용이 나타날 때까지의 시간, 부작용의 종류도 천차만별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정말 극히 드물어 보였어요. 그래서 저라도 임플라논 삽입 시술을 고려하고 있거나, 제거 시술을 고려하고 있는 여성들이 찾고 있는 자료의 풀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제가 겪었던 약 1년 동안의 개인적인 기록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 글에 앞서 제가 임플라논 시술을 처음 시도하기로 한 이유와 시술 이후의 변화 등을 기록해 놓은 포스팅이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래 글을 쓸 때까지는 정말 별다른 변화 없이 잘 지내고 있다가, 이 포스팅을 업로드하고 나서부터(시술 약 8개월이 지난 시점) 부작용이 찾아와 결국에는 삽입한 지 1년 만에 제거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임플라논 삽입 이유와 후기에 대한 이전 포스팅은 아래에 첨부해 놓을테니, 궁금하신 분 들은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호주에서 임플라논 받은 후기 & 비영주권자 총 소요 비용 (아주 자세함 주의)

오늘 포스팅이 임플라논을 고민하고 있거나, 호주에서 임플라논을 받고 싶은데 그 과정과 비용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임플라논을 받게 된 계기 8개월 전 저는 호주에

saeariii.tistory.com

빈발 월경, 임플라논 그 부작용의 시작 - 타임라인

22년 2월 3일 ~ 6일 : 3일 내내 생식기 주변을 닦을 때마다 피가 묻어 나오는 정도의 부정 출혈이 있었다. 작년 10월 말 이후로 첫 부정출혈 발견.

22년 2월 15일~16일 : 3일 전부터 피의 양이 조금씩 많아지더니 선명한 색, 비교적 많아진 양의 부정출혈이 있어 생리대를 사용하였다.

22년 2월 17일~ 2월 23일 : 생리대 착용으로 인한 피부 발진으로 원래 사용하던 생리 컵을 다시 쓰기 시작 했다. 생리의 양은 많지는 않았고 하루에 약 10ml~15ml 정도의 소량이었으나,  평소 부정 출혈 할 때의 양보다는 훨씬 많았다. 약 7일 정도 출혈이 지속되고 끝났다.

22년 2월 28일~3월 4일 : 진짜 생리를 시작했다. 진짜라고 언급한 이유는 생리의 양이 피임을 하지 않았을 때와 같은 정도로 많았고 시작하는 양상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첫째, 둘째 날에는 생리양이 많았고 컨디션이 급격하게 좋지 않아져 진통제 먹었다. 감정 기복이 많이 느껴졌고,  보통의 생리 때 처럼 5~6일 정도 지속되었다.

22년 3월 13일 ~ 3월 19일 생리

22년 3월 29일 ~ 4월 4일 생리 시작, PMS, 감정 기복 심함

22년 4월 13일 ~ 4월 20일 생리, 첫째 날 당이 땡기는 증상이 있었고, 둘째 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진통제를 복용했다.

22년 4월 26일 ~ 4월 30일 생리, 생리 양은 줄었으나 첫째날 감정 기복이 심했고 둘째 날의 생리양이 평소보다 많지 않았다.

22년 5월 6일 ~ 5월 12일 생리, 둘째날 

22년 5월 19일 ~ 5월 25일 생리, 첫째날 공황 발작 같은 증세(심장이 쥐어짜지고 숨이 가빠짐) 있었다.

22년 6월 9일 임플라논 제거

보시다시피 올해 2월부터 이렇게 지긋지긋한 빈발 월경이 2주의 한 번 꼴로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원래 정상적으로는 28~35일 간격으로 찾아와야 할 생리주기가 13-15일에 한 번 꼴로 찾아오다 보니 몸도 꽤나 무리를 겪고 있는 듯했습니다. 생리 전에 몸이 수분을 흡수해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식이적으로 바뀐 것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몸무게가 며칠 동안 증가하는 현상이 생리 전 항상 발생했습니다. 이걸 부정 출혈이라고 하기도 힘들었던 것이, 생리량도 보통 생리 때와 별 반 다를 게 없었고, 무엇보다 주기가 너무나도 규칙적이었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저는 보통 생리 첫째 날에 기력 저하나 컨디션 난조 등의 증상을 제일 많이 겪는 편인데, 원래 같으면 약간의 두통이나 소화불량만을 겪었을 것을 나중에는 심한 감정 기복과 함께 이 증상들을 함께 겪기 시작했어요. 별거 아닌 일이나 별로 슬프지 않은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이 뚝뚝 나올 정도로 감정이 예민해져 있었고, 이 증상의 폭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감지를 못했었는데, 알게 모르게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돌이켜 생각해 보니 상대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툭하면 우는 날도 많아서 남자친구가 아예 제 별명을 Rain cloud라고 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ㅋㅋㅋ 제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자주 우울해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남자 친구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제가 울면서도 '어 이거는 울일이 아닌데?' 하고 생각한 적도 정말 많았어요.  알고 보니 해외에서는 익히 알려진 부작용 중 하나이고, 의사 선생님께서도 시술 전 'moody 해 질 수 있다' 라고 언지를 해주셨던게 언뜻 기억이 나더라구요. 사실 피임약도 2년 정도 먹어 본지라,  호르몬 피임제제 사용 시에는 이처럼 나타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 영향의 거대함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임플라논을 5년 이상 사용해온 친구와 어쩌다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었는데, 이 친구도 저와 거의 비슷한 상황을 겪으면서 제거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더라구요. (제 친구는 차 안에서 쿠키가 없어졌다고 엉엉 울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저도 이 친구도 본인의 감정 기복이 심해질 때,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임을 알면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는 것입니다.)

임플라논 제거 바로 며칠 전에는 공황발작 같은 현상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운전이 미숙할 때여서 남자 친구에게 운전연수를 받고 있었는데, 서로 간 소통의 오류로 제가 억울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게 서러워서 차 안에서 엉엉 울었는데 갑자기 숨이 가빠지면서 잘 안 쉬어지고 눈과 얼굴 전체가 30분 이상 퉁퉁 부어올랐다가 나중에 가라앉았어요. 다행히 그때는 이미 임플라논 제거를 결정한 후 GP예약까지 마친 상태라 며칠 뒤에 제거를 할 수 있었으나,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라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사실 이렇게 극단적인 PMS 증상을 겪기 전까지는 생리주기가 잦아진 것까지는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생리할 때마다 겪는 현상들은 사실 가임기 여성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려고 하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앞서 설명한 증상들 + 생리 주기가 너무 짧아지다 보니 견뎌내야 하는 시간들이 배가 되어 한 달에 2주가량을 너무 힘들게 지내게 되더라고요.

또 원래 만성 변비가 있는 편이긴 한데, 변비도 오랜 시간에 걸쳐 점점 심해졌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물도 하루에 3L 이상 마시고, 섬유질도 함량을 체크해 가면서 하루 25g 이상 섭취했으며, 유산소 운동과 활동량을 늘려보기도 했습니다. 저는 샐러드를 좋아해 남들과 비교하여 야채도 평소에 많이 먹는 편이고(하루에 화장실 5번 가는 제 남자 친구보다 제가 야채를 3배는 먹는 것 같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변비에 좋다는 차나 변비약을 복용해보기도 했는데도 그때 뿐이었습니다. 임플라논 제거 한 달 전부터는(5월 중순) 변비가 너무 심해져 아랫배가 불룩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밥을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소화도 잘 안되고 도통 변의가 오질 않았습니다. 배도 만지면 딱딱했고, 평소에는 배에 힘을 주면 그래도 들어가던 배가 힘을 줘도 툭 튀어나와 있더라고요. 소화도 확실히 느려졌던 것이, 밥만 먹으면 속이 거북함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때부터 제 몸에 무슨 문제가 있나 걱정이 되어
유튜브와 구글을 찾아봤었는데, 제 증상이 난소암의 증상과 너무 비슷하여(배가 튀어나와 복수가 찬다, 소변이 자주 마렵다, 뼈 전이 시 등이나 골반에서 쿡쿡 쑤시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등등) 거의 패닉 상태로 며칠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마침 의사 선생님의 리퍼럴을 받아놓은 것이 있어 바로 초음파 검사를 받고 상담을 받으러 가는데 제가 사는 곳이 호주이다 보니 총 3주(ㅠㅠ)라는 시간이 걸렸고, 그때 동안 왜 미리 GP 예약을 하지 않았나 스스로를 원망하며 혹시라도 암일 수 도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구요(아시죠 다들 아플 때 한 번 씩 겪는 인터넷 검색의 단점...ㅠㅠㅠ). 다행히 초음파 검사 결과 자궁 내 모든 부분이 깨끗하고 건강했는데, 그 검사 결과를 들으면서 안도감에 눈물을 흘릴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었습니다. 아마 임플라논으로 인해 감정 컨트롤이 잘 되지 않았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버틸 만큼 버텨보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9-10번째 생리를 겪은 5월에 다시 GP를 찾아 제거를 결정했습니다. 제가 열거한 부작용들은 임플라논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제 생활패턴에서 원인이 될만한 요소가 있었을 수 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스스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사람입니다.  일주일에 4-5번 이상 헬스장에 가서 근력운동을 하고, 외식도 자주 하지 않으며 깨끗하고 균형 잡힌 음식을 주로 먹으려고 엄청 노력하면서 살거든요.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술도 한 달에 한 번 마실까 말까 하고, 몸에 좋지 않다는 건 거의 다 안 하는 사람인지라... 그래서 이렇게 제 건강이나 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상 증세를 뚜렸하게 느꼈다는 점에서 저는 이 현상들의 원인을 임플라논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피임을 지속하다가는 삶이 너무나도 피폐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고, 제거 전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제거해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냐라고 물으시는데 한 치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라고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 1년 동안 임플라논을 삽입했던 결과

저는 임플라논과 그렇게 잘 맞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이것이 한 개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다 보니 미리 사서 걱정하시기보다는 스스로 판단을 잘하셔서 삽입 시술을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삽입 후 8개월이라는 기간 동안에는 별 다른 부작용이 없어 시술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임플라논을 이용하신 분들 중에서도 부작용 없이 잘 사용하시고 두 번째 삽입까지 하신 분들도 꽤나 있습니다.

그러나 호르몬 제제이다 보니 아주 조금이라도 부작용이 없기는 힘들다는 점, 명심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시술하기 전까지는 의사조차도 이 사람이 이 피임방법과 잘 맞을지 안 맞을지는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혹시라도 시술을 하셨는데 저와 같은 경험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원인이 임플라논에 있을 수도 있으니 제거를 고려해 보시길 바라요. 피임을 중단하자마자 거의 모든 부작용이 사라졌고, 일주일 후 짧고 굵은 생리(3일 정도의 덩어리 혈이 많은 생리)를 겪은 후 또 한 달 뒤에 정상적인 생리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재는 한 달 전의 우울했던 제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평소 기분이 많이 개선되었고, 감정 기복의 편차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저는 당분간(아마 최소 2년 동안은) 호르몬 제제를 사용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그래서 피임은 항상 신중해야 하고,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남성분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의학적인 지식에 대한 부분은 전문가와 함께 꼭 상의하시기를 바랍니다. 최대한 자세하게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했는데, 오늘 제 포스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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