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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리의 Brunch ]/알아두면 득이되는 : 호주 생활 정보

호주에서 임플라논 받은 후기 & 비영주권자 총 소요 비용 (아주 자세함 주의)

by 새아리 2022.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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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이 임플라논을 고민하고 있거나, 호주에서 임플라논을 받고 싶은데 그 과정과 비용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임플라논을 받게 된 계기

8개월 전 저는 호주에서 임플라논 시술을 받았습니다. 피임 경험으로는 이십 대 초반에 약 2년 정도 피임약(머시론)을 복용한 적이 있었는데, 복용 기간 동안에는 사실 아무런 부작용도 느껴지지 않았고, 매일 같은 시간에 알람을 맞춰 놓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불편함 과 당시 한국 정서상의 분위기 때문에 약을 숨겨야 했던 부분을 제외하고는 특별하게 느꼈던 단점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피부도 깨끗해지고 좋았었어요. 하지만 2년 정도 후부터 성욕이 많이 사라진 것을 느꼈고, 이게 약을 오래 복용해서 생긴 부작용인지는 모르겠으나 찾아보니 부작용 중 하나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더라고요. 그때는 관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고, 그러면 피임약 복용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복용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또 복용을 중단 이후 갑자기 눈에 띄게 피부가 안 좋아져서 원래의 피부를 복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야만 했었습니다. 피임약을 먹기 전에도 피부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 살면서 피부로 고민해본 적은 거의 없었는데,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은 건 처음이었어요. 갖가지 좋다는 화장품은 다 써보다 한 회사의 세럼을 쓰고 나서부터 해결이 되었었는데, 아무튼 결국에는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과정이 꽤나 힘들었기 때문에, 다시는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으리라 하고 다짐했었었죠.

그러다 약 일 년 전 남자친구가 생겼고, 피임 문제는 다시금 저에게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콘돔 사용을 정말 철저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규칙적이었던 생리주기가 어느 날 갑자기 일주일이나 늦어진 거죠. 그 일주일 동안의 불안감은 겪어보신 분들이라면 다 알겠지만, 아무 일도 집중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였습니다. 걱정한다고 달라질 문제가 아니었지만, 혹시 몰라 임신테스트기도 해보고 최악의 상황이 왔을 때를 대비하여 마음의 준비도 하는 등의 온갖 생각이 다 들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외국생활을 하고 있고, 제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기에 만약 임신을 한다면 당연히 임신 중단을 선택해야 할 테지만 (호주에서 20주 이하의 임신 중단은 대부분의 주에서 합법입니다), 그 후폭풍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저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줄지 상상하니 너무 두렵고 불안했어요. 결국에는 '왜 나는 여자로 태어나서 이 고생인가' 라는 괜한 짜증과 무력감에 휩싸였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생리는 일주일 뒤에 보란듯이 시작했고, 저는 한숨 돌리며 세상에게 감사하다고 외쳤으나 다음에 이런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되었습니다.

 요즘 시대에 아무리 피임이 예전보다는 보편화가 되었고 부작용도 많이 줄었다고는 합니다만, 결국 피임이라는 것이 우리 몸의 호르몬을 교란시켜 임신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몸의 변화가 아예 없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떠한 피임 방법 이 나에게 잘 맞는다고 한들, 예전의 경험에서 느꼈듯이 언젠가는 돌아올 부작용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임플라논을 받기로 했습니다. 저는 현재로써는 결혼 전까지 장기적으로 피임이 필요한 상황이고, 피임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피임을 받는다고 피임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에 하루라도 빨리 받고 싶어 제가 자주 갔던 GP 선생님을 바로 예약했습니다.

처음에는 임플라논이라는 것이 굉장히 생소했는데, 주변에 시술을 받은 친구가 있어서인지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낮게 느껴졌습니다. 그 친구가 말해준 바로는 부작용에 있어 무월경(사실 부작용이라고 하기보다는 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과 약간의 부정출혈이 있었고, 냉이 아주 많아졌다는 것이었는데요, 다른 피임방법에 비해 편리하기도 하고 부작용을 극복할 만한 장점이 많아 적극 추천을 하더라구요. 또 본인 진료를 봐준 의사 선생님 말로는 장기 피임을 할 경우에는 피임약보다는 임플라논이 낫기 때문에 피임을 고민하는 젊은 친구들에게는 보통 임플라논을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아마 임플라논이 투여하는 호르몬의 양이 다른 피임법에 비해 적은 편이라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

(이 글은 그냥 개인적으로 이렇게 경험한 사람이 있다는 정도의 후기 글로 참고하기만 하고, 자세한 사항은 본인이 직접 상담받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시술받은 과정

우선 임플라논을 받기 위해서는 GP에 가야해요. 여성질환을 전문으로 보는 GP를 찾아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 경우에는 첫 진료 때 GP 선생님께서 임플라논에 대해 자세히 안내하고 있는 책자를 주셨습니다. 제가 피임 경험이 있는지, 있었다면 어떤 약을 사용했고 어떤 부작용이나 증상을 겪었는지를 물어보셨어요. 책자를 주시면서 더 읽어보고 결정이 되면 다음 진료를 예약하라고 하셨는데, 저는 이미 어느 정도 정보는 충분히 알아보고 온 지라 (유튜브와 구글링을 아주 많이 하고 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시술 결정을 했습니다. 다음 시술 예약을 잡고 며칠 후에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시술받는 날에는 남자 친구랑 같이 갔는데, GP 선생님이 호주인+중국인이라 영어를 너무 잘하셔서 혹시라도 놓치는 부분이 있을 까 봐 남자 친구와 설명을 같이 들었습니다(다행히 선생님이 남자친구에게 설명을 너무 잘해주셔서 안심하면서 시술을 받았어요). 부작용에 대한 안내를 다시 한번 받고, 시술 동의서에 서약을 한 후 시술을 받았습니다. 시술 전 우선 소변 검사를 해서 임신 여부를 확인했고(임신 중인 상태에서 피임 시술을 하게 될 시 자궁외 임신이 일어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함), 잘 쓰지 않는 왼쪽 팔에 마킹을 한 후 마취를 받았습니다. 마취는 두 번에 걸쳐서 받았고, 선생님이 마취가 잘 되었나 안되었나 꼼꼼하게 확인해 주셨어요. 약간 따끔하긴 했는데 첫 마취만 참으면 두 번째와 마취와 시술은 거의 느낌도 안 나더라고요. 첫 마취 후 기다리는 시간만 약 20~30분 정도 걸리고, 마취만 잘 되고 나면 1분 만에 시술은 끝납니다.

시술 후 관리

시술 후에는 시술 한 팔에 붕대를 칭칭 감아주시는데, 조금이나마 멍이 커지는 걸 방지하고 빨리 아물게 하기 위함입니다. 붕대는 너무 세게 해도 피가 통하지 않으면 괴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아주 조금만 불편한 압박을 느낄 정도로 감아 주셨어요. 시술 후 24시간 동안은 샤워할 때를 제외하고 계속 감고 있는 게 좋아요. 시술 부위에는 방수 드레싱을 하는데, 2~3일 정도 떼지 않았고, 샤워할 때도 조심히 했습니다. 특히 임플라논이 들어간 구멍 끝에는 테이프를 붙여 놓는데, 이건 시간이 지나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거해야 한다고 당부하셔서 5일 정도 이후에 제거를 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면봉 반 만한 막대가 팔에 들어가니 멍이 생기는 건 당연하고, 사라지기까지 약 2주는 걸렸던 것 같아요. 그동안은 웃통이 거의 보이는 운동복은 못 입었고, 반팔 셔츠를 입을 때 신경이 조금 쓰이기는 했습니다. 피하에 바로 심는 거라 시술한 부분을 만지면 임플라논 막대가 만져지는 것이 정상이고, 혹시라도 이 막대의 느낌이 만져지지 않으면 임플라논이 다른 곳으로 유착이 되었거나 잘못된 것이니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사실 임플라논 부작용으로 살이 찌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러면 막대가 만져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네요. 이 경우에는 임플라논 문제는 아니어서 괜찮습니다만 체중이 너무 증가하지 않게 조심해야겠죠?)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라 GP 선생님께서도 남자 친구에게 한 달에 한 번씩은 손으로 시술 부위를 만져 확인을 하라고도 당부해 주셨습니다. 아무래도 멍이 사라질 2주 동안에는 팔을 좀 심하게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느껴지고 찌르는 듯한 아픔이 있었는데, 멍이 없어질 때쯤 상처도 다 아물어서 통증이 안 나더라고요. 약간 불안하긴 했는데 시술받고 일주일 후부터 헬스장에서 이두 삼두 운동 다 할 수 있었습니다.

시술 총 비용

처음 상담을 받으러 갈 때의 진료비는 약 50불이었는데, 이는 학생비자 보험으로 약 80 퍼센트를 돌려받을 수 있었어요. 시술 날에 받은 시술비 (약 한 시간 동안 200불, 소변 검사 비용 포함)와 임플라논 구입에 든 250불 정도는 내 보험으로 커버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어서 전체 비용을 지불을 해야 했고요, 아마 영주권자라 하더라도 개인 보험을 든 사람이 아니면 시술비는 거의 커버가 안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메디케어가 있으면 임플라논은 조금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처럼 비영 주권자인 사람은 총 진료비와 시술비용, 임플라논 구입비용까지 대략 500불 정도를 예상하면 될 것 같아요(가격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네요).

임플라논을 받고 나면 약 3년 동안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피임약처럼 같은 시간에 약을 챙겨 먹을 필요도 없고, 그냥 잊고 지내면 되니까요. 비용을 생각하면 약 1년에 150불 정도를 피임 비용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러면 약 한 달에 15불 정도 지불하는 셈이더라고요. 본인이 임플라논과 잘 맞는다는 전제하에(안 맞을지 모르는 가능성이 있다는 게 가장 큰 리스크이긴 하지만) 다른 피임 방법과 비교하더라도 비용면에서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술 후 부작용 & 예후

시술 후 부작용으로는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이 2~3킬로의 체중 증가감정 기복이라고 해요. 체중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약간 증가하긴 했는데 그 정도가 아주 미미해서 시술 부작용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시술 3주 후부터 약 한 달 동안은 미친 듯이 식욕이 폭발해서 가만히 있어도 단 음식이 계속 먹고 싶고, 보통 때 같았으면 적당했을 양을 먹고도 만족이 안되어 계속 먹고는 했습니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스스로 조절하느라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었고, 하루는 남자 친구 집에서 머물 때 남자 친구가 밤에 도넛 먹는 영상을 보는데, 먹고 싶은 마음 + 스트레스가 겹쳐 눈물이 난 적도 있네요. 하하. 아마 감정 기복이 심해져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미친 듯한 식욕의 파도는 한 달이 지나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가라앉았습니다. 저는 평소에 먹는 칼로리를 기록하고 있어서 조절이 더 가능했던 것 같은데, 본인이 먹는 것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이 아니면 평소보다 더 먹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이로 인해 다들 살이 적게는 2킬로에서 많게는 10킬로 이상까지 증량하는 것 같습니다. 임플라논 후기를 보니 정말 살이 많이 찌신 분들도 간혹 가다가 있더라고요. 이런 경우에는 나중에 칩 제거시 유착이 심해져서 제거가 어렵고 살을 많이 째야 해서 굉장히 아프다고 해요. 그 점을 생각해서라도 식욕의 경우에는 본인이 의식적으로 경계하고 좀 견뎌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물론 굉장히, 굉장히 어렵습니다.)

가장 크게 와닿았던 부작용이 감정 기복이었데, 걱정했던 것만큼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제가 감정을 잘 못 다스려서 남자 친구를 많이 괴롭힐까 봐 걱정을 많이 했었고, 남자친구에게 미리 도움을 요청했었어요. 시술 전 파트너에게 내가 가질 수 있는 부작용에는 이러이러한 것들이 있고, 스스로 조절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충분한 대화를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듭니다. 호르몬이라는 것이 본인의 의지로 견뎌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제 몸을 제가 마음대로 다 컨트롤할 수 있다면 병은 왜 걸리며 다이어트는 왜 힘들겠어요.

사실 이건 부작용 중에 하나이기도 하지만, 임플라논 시술받은 모든 여성들이 바라는 무월경이 왔습니다. 정확히 시술 2주 후에 첫 생리를 시작했고, 일주일 정도 지속되다가 끝이 났는데요. 이후 3개월 동안은 아주 가끔씩 적은 양의 부정출혈이 있기는 했으나,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힘든 양의 갈색 피가 속옷에 묻어 나오는 정도였어요. 시술받은 지 약 8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그 이외에는 별 다른 증상이 없었습니다.

원래도 생리증후군이 심하지 않은 편이긴 했는데(생리 전 두통만 가끔 있던 편), 생리 시작 시 하루 정도는 컨디션이 좋지 않고 이유 없이 아팠던 적이 많았어요. 근데 임플라논 후 온 무월경 덕분에 더더욱이 이들을 겪을 일이 없어졌습니다. 여전히 정상적으로 생리를 할 때처럼 가슴이 딱딱해지고 커지다 작아지는 주기는 계속해서 오고 있고, 가끔 이유 없이 피로를 많이 느끼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때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이게 임플라논을 제거하면 다시 생기는지는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시술 후 약 8개월이 지난 제 후기였고요, 이 글 작성 이후 뚜렷하게 보이는 다른 증상들이 나타나면 꾸준히 업데이트하겠습니다. (22년 2월 기준)

임플라논 추천 여부

본인의 케이스가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추천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좀 더 검사를 받아보거나 피임약을 먼저 시도해 보는 방법 등을 통해 본인 몸에 대해 조금 더 탐색을 하고 신중하게 시술을 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임플라논도 직접 받아보지 않는 이상 이게 본인 몸에 맞을지 안 맞을지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거든요. 억울하지만 본인 몸은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 내 것이고, 선택에 따른 결과 또한 본인의 몫이기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상담을 먼저 받아봤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산부인과 질환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 철저하게 정밀 검사를 받고 정보를 알아본 후에 결정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피임은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데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발명품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마 제가 100년 전에 태어나 임신하면 하는 대로 아기를 낳아야 되었다면, 지금 이렇게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피임에 있어서는 단 1퍼센트의 가능성도 위험요소로 생각하고 과잉으로 대비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본인의 상황에 맞게 현명한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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