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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리의 Brunch ]/호사이 Project : 호주 사는 그들의 이야기

첫번째 인터뷰 : 스물 한 살의 여성 페인터, Ruthie의 호주 살이 이야기

by 새아리 2022.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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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호주 페인터 Ruthie를 소개합니다]

사실 Ruthie는 하나뿐인 제 친동생입니다. 사실 이 호사이 Project를 구상하면서, 이 프로젝트의 1면을 차지해야 할 사람으로 생각했던 사람이 Ruthie였어요. 호주에서 약 3년 여를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보아 왔는데, 그 힘들다는 남초 건설현장에서 악으로 깡으로 끈질기게 버티는 어린 여자아이는 Ruthie 말고는 본 적이 없거든요. 제 동생이지만 지금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과 미래에 대한 야망을 볼 때마다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답니다. 지금도 하루하루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열정 있는 2년 차 페인터 Ruthie와의 인터뷰, 지금부터 시작할게요.

Q1. 워홀러로는 꽤나 어린 나이에 호주에 오게 되었는데, 호주에 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고등학교 3년 내내 남들처럼 평범하게 수능을 준비하고 수시를 지원해 대학에 갈 생각이었습니다. 공부를 잘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좋아하는 과목은 특히나 열심히 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성적도 꽤 많이 올렸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본격적으로 대입을 준비하는데, 제가 가고 싶은 과가 없는 거예요. 저만 그런 느낌을 받는 건 아니겠지만, 무언가를 억지로 끼워 맞춰지듯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제가 이 길을 선택한다 한들 진정으로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도 안 들었고요. 그래서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가 원하는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우선적으로 자본이 필요했는데, 호주에 가면 새로운 환경에서 영어를 배우며 돈을 벌 수 있다고 들었고, 비자를 받기도 쉬워 워킹홀리데이를 먼저 경험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친언니가 먼저 호주에 가 있는 상태라 진입 장벽이 낮게 느껴지기도 했었는데요, 언니가 갑자기 농장에 가서 세컨드 비자를 먼저 따자고 설득당하는 바람에 원래래 계획보다는 일찍 호주에 오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안 왔으면 사실 코로나 때문에 영영 호주에 못 왔을 것 같아요. 운이 좋았던 거죠. 하하.

Q2. 배우거나 하고 싶었던 일이 따로 있으셨나요?

구체적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초등학교 때 정규 교과 과정 외에 하는 여러가지 활동들이 있잖아요. 그때 나무로 책꽂이나 의자를 만든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제가 이쪽 분야에 소질이 있다고 느꼈었고, 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 자체에 재미와 뿌듯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도 예쁘게 꾸며진 인테리어나 큼지막한 가구들을 보면 괜히 설레고 보는 게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정해진 계획은 없었지만 무작정 이런 분야를 하면 내가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Q3. 나이가 어리니만큼 한국에서 Ruthie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한국이 아니라 호주에서의 계획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안 그래도 많은 조사를 해봤었는데요, 한국에서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까 말씀드린대로 목공을 해볼까, 생각했었는데 전문적인 이론 지식과 실기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기관을 한국에서는 찾기가 힘들었거든요. 저는 뭐든지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인데, 공방이나 전문가를 찾아가지 않는 이상 배울 수 있는 채널도 많이 부족해 보였고, 현실적인 자본 문제도 많이 부딪히더라고요. 또 이쪽 분야 특성상 여성이 자리 잡는 다는 것 자체도 어렵고, 박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계획이 아주 뚜렷하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호주에서는 서티딸 수 있는 곳도 많고, 여자여도 직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고 들어 호주를 우선 가고 싶었어요. 적어도 한국에서 이 일을 하면서 마주쳐야 할 편견과 차별보다는 해외 생활의 어려움이 더 나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고3 때부터 알바를 해왔었는데, 그때 했던 경험들로 제가 한국의 가치관과 문화에 부당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꼭 한 번쯤은 외국생활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Q4. 한국의 어떤 점이 부당하다고 느꼈나요?

고3 여름방학 때부터 일을 시작했어요. 첫 알바는 평일 저녁 하교 후에 했던 고깃집이었고, 주말에는 돈가스집에서 설거지를 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을 할 때까지 일을 했는데, 그 당시에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제가 일을 빨리 배우고 잘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주어진 일 이외의 다른 포지션의 일 까지 섭렵해서 수행할 수 있을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시급을 받았어요. 또 윗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기 때문에 제가 의견을 내도 받아들이기는커녕 가르치려고만 했고요. 그런 걸로 트러블이 많았고, 부당하다고 느꼈습니다.

또 한국이라는 나라가 열정 있고, 뭐든지 빨리 움직이는 나라잖아요. 그런데 제가 투자했던 열정이나 에너지에 비해서 돌아오는 결과가 만족스럽지도 않고, 확실하지도 않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저는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는 돈이라던지, 커리어적인 기회가 당연히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과는 다르게 한국은 (보통 열정 페이라고 하죠) 열심히 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국가적인 분위기가 있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잘 버티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박혀 보상이 아닌 더 많은 일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 열정이 육체적, 정신적인 피로감으로 돌아오고, 그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아요.

또 한국에는 직업에 대한 귀천이 존재해요. 가장 큰 이유는 보수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우받지 못하고 적은 보수를 받고 살아가는 사회라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아마 호주에서 입고 다니는 페인트 복을 한국에서 입고 다니면 모든 사람들이 절 곁눈질했을 거예요. 편견이라던지, 시민의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 느껴지고, 그 이유가 사람들의 기본적인 특성이 아니라, 사회적인 환경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서 국가적으로 이 시스템을 바꿀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Q5. 그럼 현재 호주 살이 3년 차 이신대, 호주에 오래 머물게 된 이유가 있나요?

우선 2년의 워킹홀리데이를 계획하고 호주에 왔는데, 2년 동안 열심히 모으면 학비 충당이 가능할 것이라는 초기의 자신감과는 다르게 코로나가 터지면서 일이 잘 안 풀렸어요. 그래서 계획했던 학비를 모으기에는 충분하지 않았고, 그 와중에 페인터라는 직종이 저와 아주 잘 맞는다고 느껴 더 배우고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처음 하는 외국생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삶이 나쁘지 않았어요. 기회의 땅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어렴풋이 느꼈고요. 그래서 학생비자를 연장하여 커리어를 더 쌓고 시간을 벌어 세이빙을 하는데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는 일적으로는 스킬이 많이 쌓인 편이지만 더욱더 부단히 노력하여 제 위치를 안정시키려는데 힘을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학생비자가 끝나고 공부를 할지, 영주권을 딸 지는 조금 더 제 자신을 지켜보면서 계획을 짤 예정이에요.

일하다 찍은 현장 사진

Q6. 호주에서 살면서 느낀 장점이 뭔가요?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인건비가 높다 보니 내가 일하는 만큼 수입이 잘 들어오고, 비교적으로 식재료와 생필품의 가격이 싼 편이에요. 그래서 같은 양의 노동을 했다는 전제하에 한국보다 빠른 세이빙이 가능한 것 같아요.

또 다양성을 존중하는 나라이다 보니 한국의 미의 기준과 호주의 미의 기준이 많이 달라요. 예전에 한국에서는 마른 게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 여기에서는 근육질 몸매의 여성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장려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체육을 즐기는 문화가 크게 작용한다고 보이고,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예전의 저는 적게 먹고 날씬해지기에 급급했던 했었는데, 그때와는 다르게 좋은 음식을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몸 관리를 하게 되면 보기에만 아니라, 삶의 질을 굉장히 높여주는데, 많은 사람들이 당연스럽게 이를 실천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나이에 뭘 해도 '늦은 나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아이들이 이미 다 큰 성인의 나이가 된 부모님들도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직업을 바꾸세요.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언제라도 무엇이든지 도전할 수 있는 나라가 호주라고 생각합니다.

Q7. 그러면 호주에서 살 때 느낀 단점은 뭔가요?

병원비가 너무 비싸요. 의료 혜택이 보통 영주권자와 시민권자 위주로 되어있기 때문에 임시비자 소지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어요.  한 번 오랫동안 아픈 적이 있었는데, 비영 주권자의 서러움이 아주 뼈저리게 느껴지더라고요. 또 공공기관 시스템이 너무 느려서 뭐든지 처리가 오래 걸려요. 이걸 제외하고는 아직까지는 다른 단점은 없는 것 같아요.

Q8. 페인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세컨드 비자를 따기 위해 농장을 다녀온 후 캔버라에 오게 되었습니다. 캔버라에 온 지 한 두 달쯤 되었을 때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이 시작되어서 일하던 호텔 하우스키핑 잡을 잃게 되었고, 한 달을 놀았어요. 그동안 수입이 없었고, 이대로는 한국에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든 일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연락을 돌리다가 페인터 잡을 알게 되었어요.

사실 전부터 하고 싶다는 단순한 호기심이 있긴 했는데,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작하게 된 게 더 커요. 그때는 여기가 아니면 정말 일을 구할 곳이 없었거든요. 일을 구한 뒤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악착 같이해서 잡을 유지 하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요. 그래서 언니와 함께 방을 구한 지 2주 만에 저는 팀원들과 함께 살기 위해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차가 없다 보니 픽업을 부탁해야 했고, 그러려면 함께 일하는 동료들, 사장님과 같이 사는 게 그때로서는 가장 좋은 선택이었서든요. 그렇게 처음에 데모도로 시작해서 열심히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몇 달 후에는 함께 일하던 팀이 시드니로 이동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고, 저도 같이 가게 되었죠. 

시드니에서 이곳저곳 다니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특히 이 직업에 종사하는 여러 사장님들을 만나며 제 가능성도 계속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캔버라에 있었을 때는 그냥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했었는데, 막상 하다 보니 적성에도 너무 잘 맞았고, 그때서야 비로소 이 직업이 제 적성과 흥미에 가장 부합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주에서 해봤던 하우스 키핑이나 서빙 같은 호스피탈리티 직종은 저와 정말 안 맞는다고 느꼈었거든요. 사람을 만나고 대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페인터 잡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주변 사람들도 제 열정과 잠재력을 많이 알아봐 주셨어요.  

Q9. 호주 페인터로 일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영어실력이 필요한가요?

사실 저는 한국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서, 외국인을 만날 일이 많지는 않아요. 고객과의 스몰 토크 외에는 별로 영어 쓸 일도 없고, 그래서 영어 실력이 향상될 기회가 별로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기는 해요. 호주에서 영어를 잘하면 여러모로 좋고, 경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기 일을 따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당연히 장점이 당연히 많지만, 현재 저처럼 한국인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경우에는 영어가 필요한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그래도 호주에서의 삶은 영어를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 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잘하는 게 낫겠죠.

Q10. 호주에서 페인터로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페인터라는 직업 특성상 하루하루 몸이 고되요. 아침 일찍 일어나 보통 7시부터 4~5시, 정말 바쁠 때는 오버타임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보통 사람의 체력으로 가능한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페인트는 다른 건축 관련 일들에 비해 여자여도 하기 괜찮을 거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일을 하다 보면 페인트 칠을 하는 시간은 막상 그렇게 많지 않고, 자재를 운반하고 준비하는 작업이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남성분들처럼 일할 수 있는 체력이 있지 않는 이상 불리한 점이 많아요. 하루 종일 사다리를 타는 날도 있고요. 그렇게 퇴근을 하고 오면 저녁밥 챙겨 먹기 힘든 날도 많아 자주 사 먹고는 했습니다.

이렇게 위험하게 사다리를 놓고 일하기도 해요.

Q11. 지금까지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예전에 캔버라에서 처음 시작했었을 때, 현장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어요. 캔버라 특성상 현장 관리자와 직원들이 모두 오지였고, Foreman이라고 매일 현장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사실 잡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때라 작업복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했거든요. 그때 저를 포함해서 여성 페인터가 두 명이었는데, 프로페셔널하지 않아 보인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퇴장을 당했어요. 그날은 다른 남자 워커들이 일을 다 끝낼 때까지 차 안에서 착잡한 마음으로 대기해야만 했습니다. 일을 할 때 현장 관리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제가 그때 함께 일하던 사장님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분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언어적인 장벽이 있다 보니 그게 잘 안되었었던 것 같아요. 겨우 일을 구해서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였는데,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보니 화가 더 나더라고요.  이럴수록 버티고 독해져야 된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Q12. 혹시 외국인이 운영하는 페인트 회사에서 일해 본 적 있나요? 그러면 영어도 배우고 여러모로 좋을 것 같은데요.

제가 직접 경험해 본 것이 아니라서 섣부르게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외국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데, 처음부터 오지 회사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한국인 회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만큼 장점이 있기 때문이겠죠? 저는 자차가 없다 보니 처음부터 선택사항이 없었거든요. 

자기 차가 있고 운전이 가능하면 외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가늘 걸 추천해요. 호주인 회사는 호주인만 뽑는 경향이 있는데, 인도, 이란, 레바니즈, 이탈리안 등의 사람들은 꼭 호주 사람만 고집하지는 않기 때문에 영어가 되고 능력만 된다면 구직을 할 수 있을 거예요. 페이 문제도 깔끔하고요. 한국인이 사장인 경우에는 월급을 제때 주지 않는 등의 일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본 적이 많아요.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는 한국인 회사를 선호하는데, 기본적으로 업계에 평판이 좋아 기회가 많기 때문이에요. 한국인들이 일 잘하고 결과물 잘 뽑아내기로 유명한 건 이미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거든요. 예전에 외주 일로 다른 인종 사람들이랑 일해 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한국인들이 일하는 방식이 더 깔끔하고 섬세하더라고요. 처음부터 일을 제대로 배우고 기초를 다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국인 회사를 가서 경력을 쌓는 게 나을 거예요.

일하다 찍은 현장 사진

Q13. 일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 쌓일 일도 정말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소하고 계신가요?

저는 운동을 많이 해요. 한국에서는 복싱을 했었는데, 호주는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 복싱을 배우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조금 되더라고요. 그래서 헬스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푹 빠져서 사는 중이에요. 또 취미로 최근에 밴드 활동을 시작했어요. 원래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운 좋게 보컬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거든요. 제가 시드니에 살고 있는데, 시드니는 확실히 저같이 나이가 어린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할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Q14. 어떤 사람들에게 이 직업을 추천하고 싶나요?

기초체력이 강한 사람, 지구력이 강한사람, 밖에서 활동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몸이 빠른 사람, 성격이 무던하고 고집이 세지 않은 사람, 멘털이 강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너무 조건이 많죠? 하하)

하루에 여덟 시간 이상 일하기 때문에 지구력이 정말 중요해요. 이 하루를 지치지 않고 일할 자신이 있으며 건강에 무리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해요. 자차가 있으면 우대가 되기 때문에 더더욱 좋고요. 또 성격이 무던한 게 좋은 이유는 처음에 배우는 과정에서 고집 있는 사람들은 스킬이 빨리 늘지 않기 때문이에요. 경력자의 조언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확실히 빨리 배우더라고요.

지금 조건을 가지고 있다면 여성도 가능한 일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라서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아요. 아까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페인트를 하기 전 단계가 고되기 때문에, 이를 버틸 수 있냐 없냐가 오래 일할 사람을 가르는 척도가 되거든요. 남녀 구분 없이 일을 배우다가 도망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어차피 업계가 좁다 보니 다른 회사에서 연락 오면 대부분 알게 돼요. 특히 한국인 회사에서는 여성비율이 정말 적은데, 여성 직원이 들어오면 일을 버틸 수 있을 거라는 기대조차 안 해요. 쟤는 언제까지 버틸까 하고 생각하는 게 진짜 현실이거든요. 저는 처음부터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다 혼자 했고, 버텨야 했던 이유가 명확했기 때문에 오래 일하는 게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이 일을 쉽게 보지 말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정말 몸조심(강조!!)해서 일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수당이 높은 이유는 그만큼 몸 다치기 쉬운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힘든 시기를 잘 버텨서 기술을 터득하고, 조금씩 자신의 몸값을 올려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만큼 생활패턴이 규칙적이고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고수당의 직업이 없는 것 같아서 추천드리고 싶어요. 또 일거리가 많고 안정적이어서 일자리를 잘릴 위험이 거의 없어요.

Q15. 앞으로의 계획은?

저는 할 수 있는 한 호주에서 최대한 오래 살아보고 싶어요. 사실 지금 제 직업으로는 영주권을 따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고, 특히 호주에서의 삶은 모든 것이 제 바람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다 보니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서른에도 하고 있다면, 한번 제 이름으로 관련된 사업을 해 보고 싶어요. 또 아직 캠퍼스 생활을 안 해봐서인지 사실 인생에서 한 번은 꼭 제대로 된 고등교육을 받고 싶어요. 공부를 하게 된다면 페인트보다는 인테리어나 하우징 쪽을 하고 싶은데, 제 경력과 전공을 잘 살려 빌딩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목공을 배워보고 싶은 꿈도 있어요. 우선은 제가 아직 어리고 기회가 많으니 현실에 충실하게 살며 기술을 다지고 싶어요. 

Q16. 마지막으로 호주 워홀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워홀러들은 호주에 머물러 있을 기회가 길지 않잖아요. 그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누구와 어떻게 어울리냐도 워홀 생활의 질을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거든요. 아시다시피 한국인들이랑 어울릴 기회가 많았지만 그만큼 유흥에 빠지기도 쉬운 게 사실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매일 한인 타운에 가서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고, 어렵게 번 돈을 쉽게 날려버리기도 해요. 한국인 회사에 들어가면 그럴 확률이 없잖아 있거든요. 본인이 잡을 구하기 전이나 회사를 선택하기 전 잘 알아보고, 이것저것 많이 고려해보고 갔으면 좋겠어요. 물론 워홀러 특성상 경력직이 아니다 보니 이것 또한 피하기 쉽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최대한 본인의 시간을 값지게 사용할 수 있게끔 했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의 목표와 목적에 맞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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